물난리 앞에서
오늘 잠깐 멈췄지만, 우리 동네에 계속 비가 내리고 있어요. 월요일에 또 비가 많이 온다고 하네요.
처음에 비가 올 때는 솔직히 좋았어요. 창밖으로 빗소리 들으면서 따뜻한 차 한 잔 마시고, 담요 덮고 책 읽는 거 있잖아요. 그런 낭만적인 상상을 했죠.
실제로도 그랬어요. 첫 이틀은요.
근데 비가 계속 오니까... 상황이 심각해지더라고요.
뉴스를 보는데 도로가 물에 잠기고, 집이 물에 잠기고, 산사태 나고, 강이 범람하는 거예요. 우리 동네 근처도 나와요. 어떤 곳은 물이 끊겼다고 하고.
"물난리 구경, 불난리 구경이 재미"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건... 진짜 재미가 아니에요. 심각해요.
자연재해 앞에서 사람은 정말 무력하더라고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래서 저는 기도해요.
여러분도 함께 기도해주세요. 미국 오레곤, 워싱턴 주, 그리고 캐나다 서쪽 지역에 비가 빨리 그치도록.
근데 이상한 게 뭔지 아세요?
이렇게 비가 계속 오는데도 저는 매일 아침 밖으로 나가요.
방수 잠바 입고, 스키 바지 입고, 장화 신고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봐요. "이 날씨에 왜 나가?"
근데 걸어야 하니까요. 움직여야 하니까요.
비 오는 날에도 낮은 밝잖아요.
구름 뒤에 햇빛이 숨어있을 뿐이에요. UV-B는 구름을 뚫고 와요. 그래서 비타민 D는 여전히 만들어져요.
그리고 실내보다 10-20배는 밝아요. 낮에 실내 조명만으로는 생체 리듬을 유지할 수 없거든요.
신기한 건 공기예요. 비 오는 날 공기가 더 좋아요. 미세먼지가 다 씻겨 내려가고, 음이온이 막 생기고. 숨쉬기가 편해요.
비 오는 날이 오히려 더 깨끗해요.
밖에 나가서 가만히 서서 숨쉬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저 며칠 전에 실험을 했어요. "아, 이렇게 비 오는데 하루쯤은 집에만 있어도 되겠지?" 하고요.
그날 하루는 괜찮았어요. 아늑하고 편안했죠.
근데 저녁 때부터 이상해지더라고요. 왠지 모르게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짜증나고.
밤에 잠도 잘 안 왔어요. 낮에 햇빛을 안 받아서 생체 리듬이 깨진 거예요.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기가 더 힘들었어요.
그래서 깨달았어요. '아, 나는 밖으로 나가야 하는구나.'
"오늘은 비 오니까 안 해."
이렇게 시작하면 핑계는 끝이 없어요.
너무 덥다, 너무 춥다, 바람 분다, 미세먼지 나쁘다, 눈 온다...
그럼 언제 나가요?
저는 이제 알아요. 날씨는 핑계가 될 수 없다는 걸.
밖으로 나가는 건 생체 리듬을 지키기 위해서예요.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예요.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예요. 그리고 정신력을 키우기 위해서예요.
추운 날씨와 비를 맞으면 몸이 강해져요. 실내만 있으면 약해져요.
야외에서 걸으면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이 나와요. 자연이 마음을 치유해요.
자연재해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요?
비를 그치게 할 수도 없고, 강물을 막을 수도 없어요.
근데 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어요.
일상을 지키는 것.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 밖으로 나가서 걷는 것. 밥 먹고, 일하고, 웃고, 자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에요.
오늘 아침에도 비옷을 입고 나갔어요.
장화 신고, 모자 쓰고, 장갑 끼고요.
겨울철 자주 비가오는 시애틀은 비가 와도 사람들이 우산을 잘 안써요. 방수잠바에 모자만 쓰고 다니죠.
저도 여기에 적응이 되었나봐요.
비를 맞으며 걸었어요.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걸었어요.
발이 차갑고, 손이 시렸지만, 살아있음을 느꼈어요.
'아, 나는 지금 살아있구나. 걷고 있구나. 숨쉬고 있구나.'
이것도 일상이에요.
이것도 감사해요.
미국 오레곤, 워싱턴 주, 그리고 캐나다 서쪽 지역에 사시는 분들, 조심하세요.
그리고 함께 기도해주세요.
비 완전히 그치는 날까지.
우리 함께 일상을 지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