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피부를 겉에 있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피부에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이렇게 생각한다.
“뭘 잘못 발랐나?”
“알레르기인가?”
“피부가 약한 체질인가?”
나도 그랬다.
남편의 허벅지에 처음 붉은 점이 생겼을 때
나는 그걸 피부 문제라고 생각했다.
어떤 연고를 발라야 할지,
무엇을 피해야 할지부터 떠올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 이상한 사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피부는 늘 맨 마지막에 반응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의 몸은 생각보다 오래 버틴다.
잠을 조금 덜 자도 버티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버티고
음식을 조금 무리하게 먹어도 버틴다.
몸은 늘 먼저 안에서 정리하려고 한다.
장에서는 해독을 하고,
간에서는 처리하려 하고,
면역은 균형을 맞추려 애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몸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점이 오면
신호를 밖으로 보내기 시작한다.
그때 등장하는 것이
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부는 우리 몸의 가장 바깥에 있지만
몸 안에서 벌어진 이야기가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곳이다.
나는 그걸 나중에서야 이해했다.
건선이 생긴 날이
문제가 시작된 날이 아니라는 것을.
그건 이미 오래전부터
몸 안에서 이어지던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 생각을 하게 되자
질문이 완전히 달라졌다.
“어떤 연고를 발라야 할까?”가 아니라
“몸 안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피부는 처음에는 말이 없다.
하지만 몸은 늘 신호를 보낸다.
피곤함으로,
소화 불편으로,
수면의 질로,
기분의 변화로.
우리는 그 신호들을
대부분 사소한 것으로 넘긴다.
“좀 피곤하네.”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래.”
“원래 그런 체질이야.”
그렇게 넘겨온 시간들이
어느 날 피부 위에 나타나는 건 아닐까.
나는 그때부터
피부를 치료할 방법보다
몸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를
이해하고 싶어졌다.
피부는 문제의 시작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마지막 편지일지도 모른다.
그 편지를 읽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봉투만 고치게 된다.
나는 그 편지를 이해하기 위해
피부가 아니라
몸 안을 공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