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표현도 있다니!
남편은
자신이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피부에 건선이 올라왔을 때도
“좀 건조한가 보다.”
그 정도로 넘겼다.
가렵다고 크게 표현하지도 않았고,
불편하다는 말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사람이 편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꾸 몸을 긁는 것도 아니고,
아픈 티를 내는 것도 아닌데
어딘가 계속 신경이 올라와 있는 느낌.
말수가 줄어드는 날이 있었고,
사소한 일에 예민해지는 날이 있었고,
괜히 깊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밤도 있었다.
“괜찮아?”
물으면 늘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응, 괜찮아.”
정말 괜찮은 사람은
그렇게 자주 괜찮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증상’ 말고 다른 것을 보기 시작했다.
피부는 겉으로 보이는 신호였지만
그 사람의 하루 전체가
어딘가 계속 긴장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잘 쉬는 것 같지 않았고,
편하게 내려놓는 순간이 없는 것 같았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속에서는 계속 무언가가 돌아가고 있는 느낌.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나는 한동안 말을 아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의 몸 안에는
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 건 아닐까.
확 타오르는 불이 아니라
작게, 하지만 계속 타고 있는 상태.
그래서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지만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는 상태.
피부에 올라온 증상은
그 불이 겉으로 드러난 한 장면일지도 몰랐다.
나는 그때부터
건선을 피부로 보지 않기 시작했다.
피부를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보기보다
몸이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는 단서로 보기 시작했다.
왜 이 사람은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을까.
왜 작은 자극에도 계속 반응하는 걸까.
왜 몸이 편안한 상태로 오래 머물지 못할까.
그 질문들은
곧바로 답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였다.
이건 단순히 피부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무엇이 올라왔는가’보다
‘무엇이 계속 꺼지지 않고 있는가’를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