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서가 아니라..
나는 그걸 머리로 이해하려고 했다.
장에 미세한 구멍이 생긴다.
그래서 안 좋은 것들이 장의 그 구멍을 통해, 통과되면 안 되는 물질들이 온몸으로 들어간다.
설명은 단순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건 잘 와닿지 않았다.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피부는 보인다.
붉어지고, 벗겨지고, 변한다.
하지만 장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걸 이해하지 못한 채
한동안 그냥 넘겨버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장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현미밥을 먹은 날과
가볍게 먹은 날의 차이.
야식을 먹은 다음 날과
일찍 식사를 마친 날의 차이.
아침에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하루의 컨디션이 달라지는 것.
그리고
남편의 피부.
어떤 날은 조금 가라앉고,
어떤 날은 다시 올라오는 패턴.
그게
완전히 무작위가 아니라는 느낌.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우연이
몇 번이고 반복되면
더 이상 우연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나는 그때부터
장누수를 책에서가 아니라
식탁 위에서 보기 시작했다.
무엇을 먹었는지,
언제 먹었는지,
어떤 상태에서 먹었는지.
그 모든 것들이
몸의 반응으로 돌아왔다.
빠르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민감해지는 느낌도 있었다.
조금만 어긋나도
바로 티가 나는 상태.
그게 불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분명해졌다.
몸이 반응하고 있다는 것. 해독이 되고 있는 중이라는 것.
나는 그걸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장이란 것은
단순히 음식을 소화하는 기관이 아니라
몸이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걸러내는지 결정하는
하나의 경계라는 것을.
그 경계가 흔들리면
몸은 계속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반응은
결국 피부까지 이어진다.
그걸 책으로 이해하는 것과
눈앞에서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나는 더 이상
장누수를 이론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우리 집 식탁에서
매일 확인되는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뭘 먹었는지 뭘 했는지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큰 이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