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12월의 크리스마스

고개를 떨군다

by 이별난

1화


12월의 크리스마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 상쾌도 하다~♬

이 길이 상쾌도 하고 싶은데 안된다. 어디로 뻗어나갈지 모르는 아이들의 상상력은 늘 나에게 따라오라며 손짓했다. 그 길은 매일매일이 초행길 같았고 설레는 기분으로 달리니 좋았다. 그러나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은 가기 싫다. 이 기분은 두려움에 가깝다. 난생처음 입고 있는 산타복을 벗고 차를 돌리고 싶다. 일단 흰 수염이 거슬린다. 뜯어내버리고 싶다. -첫 산타행사 당일 오전-


뼈와 근육

고개를 떨군다


유아교육에 남자선생님은 극히 소수지만 여자선생님들의 틈바구니에서도 우뚝 서있는 남자가 여기 있다. 다부진 몸, 각진 근육, 힘줄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인 것도 모자라 아이들의 즐거움까지 조절할 수 있는 남자. 그건 바로 체육선생님이다. 줄을 그을 수밖에 없는 이 내 마음이 안타깝다. 이 남자는 내가 첫 산타행사를 하러 가고 있는 의 체육특강선생님이다.


어느 해 여름 보강수업이 있던 날에 주차를 하고 내리려는데 물건을 잔뜩 들고 힘겹게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멋지다. 이 남자 운동 좀 했다. 경험상 이 남자는 어린이집 체육특강선생님이다. 여기가 어린이집 근처라는 점. 다부진 몸, 각진 근육, 힘줄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 잔뜩 든 물건이 고깔, 봉, 탱탱볼이라는 점이 그것을 가늠케 한다. 나? 난 가방하나면 된다. 교구는 원에 비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난 가방하나 메고 다니는 뼈밖에 없는 말라깽이다. 그의 근육에 위축되고 그의 장비빨에 위축된다. '아자! 아자! 위축되지 말자. 나도 206개 아니 270개를 챙겨 오지 않았던가.'

* 뼈 개수가 아이는 270개 성인은 206개-위키백과-


성실성과 준비성에서 그와 비교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갑자기 기분이 별로다. 보강일정을 잘못 잡았다. 근육일 뿐이고, 과목이 다른 것뿐이고,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고, 그렇고 그렇고 한데 눈에 보이는 것들에 뼈가 위축되어 어깨가 좁아진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던데 지금 그의 부러운 근육밖에 보이지 않는데 뭐가 보이겠는가. 난 이미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현관에 멈춰 서 있는 그가 보인다. 역시나 체육특강선생님이었다.


'어? 근데 왜 안 들어가고 짐을 다 내려놓고 있지? 설마 저 근육에 힘들어서? 약한 뼈가 힘들면 힘들었지 저 근육이 힘들 리가 있나. 그런데 왜? 왜일까?'


이 궁금함도 잠시일 뿐이다. 내 본성은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주의: 이 소설은 역사를 재구성한 소설입니다. 위축된 뼈를 펴기 위해 체육선생님을 비하하는 소심한 복수극입니다. 그날의 울분이 다시 터질 것 같은 분들은 건너뛰기하시기 바랍니다.


저 근육이 힘들 리가 없다. 그렇다면 설마... 저. 저 봐라. 여선생님이 문 열어주는 순간에 맞춰 물건 드는 타이밍 보소. 대박. 주차장에서 봤던 끙끙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시간차 공격이다. 이마에 땀을 닦기 위해 반대쪽 팔이 솟아오른다. 삐~익. Oh~NO~. 이건 할리우드 액션이다. VAR(Video Assistant Referees-비디오 보조 심판)을 볼 필요도 없다. 물건 드는 타이밍에 맞춰 물건 든 오른팔의 근육이 솟아오르고 땀 닦는 왼쪽손이 솟아오른다. 차라리 두 팔을 올려 나를 봐달라 해라. 이런 타이밍을 재고 있다고. 와~치밀하다 치밀해. 어이없네. 참 나. (비꼬는 어투로) 그래서 근육 터지겠어요. 다행히 어린이집 선생님 시선이 팔뚝으로 가진 않는다. 여선생님도 할리우드 액션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찬 물을 떠 오지도 않는다. 마음은 떠 오고 싶었을 거다. "땀 식혀드릴게요. 더우시죠."라며 찬 물을 뿌릴 본인을 알아챘을지도 모른다. (신경질 나는 어투로) 근육질 샘! 화나려 하니까 들어가게 좀 비켜줄래요. 내 금 같은 시간 뺏지 말래요.


소설을 쓰며 비하해도 마음만 불편하다. 차라리 나도 확 교구 가지고 다니면서 현관에서 대기할까?


'아니다. 교구 들고 다니면 뼈 상한다. 기억하자. 원에 렌털 교구 들고 가다 현관에서 놓쳐 굴욕의 교구 담기 한 적을. 그냥 배달을 원으로 하면 되는데 굳이 가져다주는 노력점수 따려다 난장판 만든 적을.'


그러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떨군다.


"안녕하세요 ^^"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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