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새로운 길

아직도 걷고 있는 이 길

by 이별난

3화▷


새로운 길

이제 피할 방도가 없다. 난 이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새로운 길은 왼쪽으로 가든 오른쪽으로 가든 가보기 전까지 뭐가 나올지 모른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가본 곳까지다. 자신 없고 두려워서 앞으로 가지 않고 나를 합리화하던 날들. 그 끝이 어떤지는 많이 가봐서 안다. 이제 뼈를 펴고 당당히 새로운 길로 한 발 내디뎌 세상을 넓히자. -마음을 어루만지다-


거짓말과 합리화

설마가 현실이 되다


설마 했던 일은 예상대로 일어났고 원장님은 말한다.


"체육선생님이 산타행사를 줄곧 해주었는데 올 해는 개인 일정이 생겼데요. 레고선생님이 이번 산타행사해 줄 수 있어요?"


예상했던 전개다. 걱정 말자. 작전대로 진행하면 된다.


작전명: 거짓말과 합리화


새로운 걸 해야 하는 것이 불편하다. 안 해도 별 문제없는데 이걸 굳이 해야 하나. 행사 안 할 작전을 세우자. 작전의 필요한 무기는 거짓말과 합리화이다.


1. 합리화 공격

거짓말과 바꿀만한 가치가 충분하잖아. 그래 괜찮아. 원장님 한 명에게 거짓말하면 순수한 아이들은 속이지 않아도 되잖아. 다수를 지키는 게 맞잖아.


2. 거짓말 공격

"산타행사 언제인데요?" 질문을 던지고 원장님이 일정을 말해주면 다음 순서로 진행한다.


① 일정 확인해본다고 한다.

② 다른 원 수업일정과 겹치는데 한 번 조정해 본다고 한다.

③ 다른 원에서 산타행사를 위해 일정을 조정해 보고 나한테 연락 준다고 한다.

④ 일정 조정이 잘 안 되었다고 한다.

(주의: 각 단계별로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며 시간을 지연시킨다. 특히 ④ 진행 시 산타행사일정에 임박해야 한다. 행사일정자체를 나한테 맞출 수 있는 가능성마저 막아야 한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승리는 나의 것이다.


작전실패: 시야의 한계를 꿰뚫다


결과는 패배했다. 내 시야는 한계가 있었다. 상대해야 할 원장님의 주 무기(아이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무기)를 볼 수 없었다. 그 무기는 나를 꿰뚫어 보았다. 내가 어른이었다면 쉽게 뚫리진 않았을 거다. 그런데 젠장. 하필 난 뼈가 270개인 아이였다. 원장님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녀의 공격은 강력했다.


"행사는 레고수업시간으로 잡았고 그 주 수업은 아이들과의 산타행사로 대체할 거예요."


패배의 쓴 맛을 느껴야 하는데 이상하다. 쓰지 않다. 오히려 달콤하다.


'아싸. 수업 준비 안 해도 된다. 실패가 달달하기도 하다니. 하하하하.'

나란 놈은 남은 무기를 찾다가 습관(마음 숨기기)을 장착 후 이 기쁨의 축하포를 살짝 쏘아 올린다. 이 기쁜 마음을 숨기며 대답도 시원스럽게 한다.


"원장님. 그날이라면 무조건 되죠. ^O^"


세상 끝은 돌고 돈다

솔직함으로 끝을 보다


더 내다볼 수 있었다면 내가 이겼을까. 얼마큼 배우고 익혀야 더 멀리 내다볼 수 있을까. 배우고 익히는 것은 끝이 없는 길이라 끝이 안 보인다. 그러나 지금 내 세상 끝은 볼 수 있다. 그 방법이 솔직함이라는 걸 익힌다. 솔직함에서 한 발 내딛음이 세상을 넓히는 길이라는 것을 배운다. 내게 없던 무기 한 방 그건 솔직함이었다.


단 맛 쓴 맛은 돌고 돈다


달콤한 유혹의 쓴 맛은 뒤늦게 왔다. 배우고 익히는 산타행사연습의 쓴 맛이었다. 그러나 그 쓴 맛은 다시 변한다. 달다가 썼다가 다시 달달해진다. 단 맛 쓴 맛의 진한 맛은 함께 간다. 쓴 맛이 깊을수록 단 맛도 진하다. 반대도 그렇다. 단 맛의 심한 중독은 뱉어내고 쓴 맛이 맛없더라도 꼭꼭 씹어 희망을 삼키자. 단 맛은 분명히 다시 온다. 세상 단 맛 쓴 맛은 돌고 돈다.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으니 내가 할 일은 그냥 지금 이 순간 연습이나 하자.


허 허 허 하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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