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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별난 Oct 08. 2023

마음 그릇에 김칫국 담기

브런치 작가 승인 후기-감사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2023년 10월 4일 브런치 스토리에서 온 축하 메일이다. 아직도 그날의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감사한 그날의 후기로 브런치 첫 발행 글쓰기를 시작해 본다.


4년 전 회사에 입사지원을 했다. 합격자 발표날이었다.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입사를 환영한다 합격 축하 문자였다. 기뻐하는 사이에 김칫국 준비가 다 되었다. 수저 들 시간조차 아깝다.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합격여부를 궁금해하던 지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몇 분 후 문자가 왔다. 문자를 확인하고 난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황당함과 실망감에 잠시 일시정지 상태가 되었다. 그건 다름 아닌 사과문자였다. 문자를 잘못 보냈다는, 합격자가 내가 아니라는,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작은 맘그릇에 담긴 김칫국은 이미 찰랑찰랑 직전이었다. 얼마나 먹었다고 벌써 이렇게 담겼단 말인가. 사과문자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넘칠 뻔했다. 그랬다면 역류하여 난 실망과 짜증을 내뱉어야 했을 거다. 다행히도 작은 맘그릇이 채워지는 것보다 사과문자가 빨랐다. 그날 내가 마신 김칫국맛은 벅찬 첫맛과 씁쓸한 뒷맛이었다. 뒷맛이 씁쓸하니 안 당길 만도 하건만 첫맛은 언제나 날 끌어당긴다. 그 맛은 명품이다. 중독성은 또 어찌나 강한지 모른다.


 10월 4일 오후에 품 요리상이 내 눈앞에 차려졌다. 역시나 난 김칫국에 눈이 다. 이번엔 수저 들 시간정도는 아깝지 않다. 근데 그러기가 싫다. 난 구멍이 몇 개 뚫려있는 맘그릇을 준비하고 흠뻑 들이마시기로 작정했다. 이번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환호성까지 크게 질렀다. 날씨도 제법 쌀쌀해지고 김장철이 와서 그런가. 이번 김칫국은 너무나 신선한 새것의 맛이었다. 달달한 성취-달성(?)-의 맛이었다. 이 구멍 뚫린 그릇은 '역류하려면 해라. 내 인생은 지금이다.'라는 그간 새로 장만해 둔 것이었다. 너무 맛있는 나머지 벅참의 눈물이 맺혔다. 그렇게 폭풍먹방을 끝내고 퇴근 버스에 올라탔다.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구멍이 뚫려있음에도 그릇에 국물이 아직 가득 차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이제 정정메일이 올 차례다. 잠시 숨을 가다듬으며 이어폰을 꼈다. 그 사이 김칫국물은 졸졸졸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번엔 비움이 메일보다 빨랐다. 심지어 메일이 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되풀이되는 것처럼 보이던 역사는 바뀌었다.


 나도 함께 바뀌었다. 몇 년 전부터 듣지 않기로 했던 노래가 있다. 수백 번을 들었던 그 노래를 몇 년 만에 들었다. 그 당시 내가 보였고 그때 나를 안아주지 못한 게 미안했다. 그 당시 내가 본 세상이 보였고 그 속에 살았던 내게 미안했다. 소리 없는 눈물이 두 뺨에서 미끄럼을 탔다. 그건 후회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수많은 내가 흘리는 감동의 눈물이었다. 신나게 미끄럼을 타는 그들의 눈물을 난 미소 지으며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나와 함께 탄 퇴근 버스는 멈췄고 새로운 풍경 속으로 다 데리고 내렸다. 어제까지의 풍경이 아니었다. 그렇게 내 세상의 테두리가 조금은 넓어질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볼 수 있는 시야는 그 테두리까지라 생각한다. 테두리의 설정은 내 경험까지이다. 수평선 너머를 보려면 지금 보이는 수평선을 넘어 반 발자국이라도 나아가야 한다. 나아가도 변하는 것이 없어 보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전에 보던 수평선 지점은 내 세계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새로운 육지를 만나려고 꽤 오랜 시간을 가고 가도 변하는 것 하나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수평선을 계속 마주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제자리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고 있다면 세상이 계속 변하고 있다는 건 진실이다. 브런치는 나에게 그런 육지 같은 되었다. 브런치 발행 첫 글이라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  브런치스토리에 감사하다.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지?'라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나에게 차고도 넘칠 감사할 일이 벌어졌다. 다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의 방향성과 목적성을 상기하며 초심을 다잡고 있는 사이에 신호등 빨간색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난 발을 뻗어 다음 목적지로 나아갔다.


 집 문 앞에 도착했다. 그날은 왜인지는 모르지만 주문을 외우면 열릴 것 같은 별난 생각을 했다. 주문을 외워보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몇 번을 외우지만 안 열린다. '역시 행동이구나.' 별 거 아닌 것에 별 걸 배우며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 어머니가 날 반기었고 그 앞에 선 나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주문을 또 외웠다. 두 팔을 활짝 펴고 주문을 멈추지 않으며 어머니를 내 생애 최고로 끌어안았다. 행동을 하니 어머니의 마음이 열렸다. 약하디 약해진 힘을 주어 내 허리를 감싸 안아주셨다. 잠시동안 난 그렇게 맘(mom) 그릇에 담기었다. 강하디 강한 어머니의 마음 안에 난 꼼짝할 수 없었다. "저녁 뭐 먹을래?"라는 말씀에 대답했다. "김칫국이요."  그렇게 많이 마셨지만 또 먹고 싶다. 어머니의 김칫국이야말로 명품을 뛰어넘는 일품이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속으로 되뇌며 방에 가 바로 글쓰기를 하며 그날을 표현했다. 일기장의 일부분을 끝맺음으로 옮기며 후기를 마치려 한다.

 

-이곳까지 포기하지 않고 와 준 너에게 감사해. 내가 포기했다고 생각한 수많은 순간들마저 내 안의 넌 포기하지 않고 있었단 걸 이젠 알아. 감사해.

-난 글을 쓰는 목적성과 방향성을 잃지 않는다.

-난 김칫국을 쏟아부어도 안 넘칠 만큼 여러 형태의 마음 그릇을 준비한다.

-난 김칫국을 또 먹는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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