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2023년 10월 4일 브런치 스토리에서 온 축하 메일이다. 아직도 그날의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감사한 그날의후기로브런치 첫 발행 글쓰기를 시작해 본다.
4년 전에 한 회사에 입사지원을 했다. 합격자 발표날이었다.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입사를 환영한다는 합격축하문자였다. 기뻐하는 사이에 김칫국준비가 다 되었다. 수저 들 시간조차 아깝다. 난들이마시기시작했다. 합격여부를 궁금해하던 지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몇 분 후 문자가 왔다. 문자를 확인하고 난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황당함과 실망감에 잠시 일시정지 상태가 되었다. 그건 다름 아닌 사과문자였다. 문자를 잘못 보냈다는, 합격자가 내가 아니라는, 죄송하다는내용이었다. 내 작은 맘그릇에 담긴 김칫국은 이미 찰랑찰랑 직전이었다. 얼마나 먹었다고 벌써 이렇게 담겼단 말인가. 사과문자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넘칠뻔했다. 그랬다면 역류하여 난 실망과짜증을 내뱉어야 했을 거다.다행히도내 작은 맘그릇이 채워지는 것보다사과문자가 빨랐다. 그날 내가 마신 김칫국맛은 벅찬 첫맛과 씁쓸한 뒷맛이었다.뒷맛이 씁쓸하니 안 당길 만도 하건만그 첫맛은 언제나 날 끌어당긴다.그 맛은 명품이다. 중독성은 또 어찌나 강한지 모른다.
10월 4일 오후에 명품 요리상이 내 눈앞에 차려졌다. 역시나 난 김칫국에 눈이 간다. 이번엔 수저 들 시간정도는 아깝지 않다. 근데 그러기가 싫다. 난 구멍이 몇 개 뚫려있는 맘그릇을 준비하고 흠뻑 들이마시기로 작정했다. 이번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환호성까지 크게 질렀다. 날씨도 제법 쌀쌀해지고 김장철이 와서 그런가. 이번 김칫국은 너무나 신선한 새것의 맛이었다.달달한 성취-달성(?)-의 맛이었다. 이 구멍 뚫린 그릇은 '역류하려면 해라. 내 인생은 지금이다.'라는 그간 새로 장만해 둔 것이었다. 너무 맛있는 나머지 벅참의 눈물이 맺혔다. 그렇게 폭풍먹방을 끝내고 퇴근 버스에 올라탔다.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구멍이 뚫려있음에도 그릇에 국물이 아직 가득 차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이제 정정메일이 올 차례다. 잠시 숨을 가다듬으며 이어폰을 꼈다. 그 사이 김칫국물은 졸졸졸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번엔 비움이 메일보다 빨랐다. 심지어 메일이 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되풀이되는 것처럼 보이던 역사는 바뀌었다.
나도 함께 바뀌었다. 몇 년 전부터 듣지 않기로 했던 노래가 있다. 수백 번을 들었던 그 노래를 몇 년 만에 들었다. 그 당시 내가 보였고 그때 나를 안아주지 못한 게 미안했다. 그 당시 내가 본 세상이 보였고 그 속에 살았던 내게 미안했다. 소리 없는 눈물이 두 뺨에서 미끄럼을 탔다. 그건 후회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수많은 내가 흘리는 감동의 눈물이었다. 신나게 미끄럼을 타는 그들의 눈물을 난 미소 지으며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나와 함께 탄 퇴근버스는 멈췄고 새로운 풍경 속으로 다 데리고 내렸다. 어제까지의 풍경이 아니었다. 그렇게 내 세상의 테두리가 조금은 넓어질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볼 수 있는 시야는 그 테두리까지라 생각한다. 테두리의 설정은 내 경험까지이다. 수평선 너머를 보려면 지금 보이는 수평선을 넘어 반 발자국이라도 나아가야 한다. 나아가도 변하는 것이 없어 보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전에 보던 수평선 지점은 내 세계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새로운 육지를 만나려고 꽤 오랜 시간을 가고 가도 변하는 것 하나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수평선을 계속 마주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제자리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고 있다면 세상이 계속 변하고 있다는 건 진실이다. 브런치는 나에게 그런 육지 같은 곳이 되었다. 브런치 발행 첫 글이라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 브런치스토리에 감사하다.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지?'라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나에게 차고도 넘칠 감사할 일이 벌어졌다. 다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의 방향성과 목적성을 상기하며 초심을 다잡고 있는 사이에 신호등 빨간색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난 발을 뻗어 다음 목적지로 나아갔다.
집 문 앞에 도착했다. 그날은 왜인지는 모르지만 주문을 외우면 열릴 것 같은 별난 생각을 했다. 주문을 외워보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몇 번을 외우지만 안 열린다. '역시 행동이구나.' 별 거 아닌 것에 별 걸 배우며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 어머니가 날 반기었고 그 앞에 선 나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주문을 또 외웠다. 두 팔을 활짝 펴고 주문을 멈추지 않으며 어머니를 내 생애 최고로 끌어안았다. 행동을 하니 어머니의 마음이 열렸다. 약하디 약해진 힘을 주어 내 허리를 감싸 안아주셨다. 잠시동안 난 그렇게 맘(mom) 그릇에 담기었다. 강하디 강한 어머니의 마음 안에 난 꼼짝할 수 없었다. "저녁 뭐 먹을래?"라는 말씀에 대답했다. "김칫국이요." 그렇게 많이 마셨지만 또 먹고 싶다. 어머니의 김칫국이야말로 명품을 뛰어넘는 일품이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속으로 되뇌며 방에 가 바로 글쓰기를 하며 그날을 표현했다. 일기장의 일부분을 끝맺음으로 옮기며 후기를 마치려 한다.
-이곳까지포기하지 않고 와 준 너에게 감사해. 내가 포기했다고 생각한 수많은 순간들마저 내 안의 넌 포기하지 않고 있었단 걸 이젠 알아.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