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인간관계

삶의 균형

by 이별난

둘 이상일 때 타게 되었다. 뭐 가끔 혼자서 평균대 삼아 양끝을 걸어 다니는 친구, 혼자 타이어쿠션에 튕기기 놀이를 하는 친구를 본 적은 있다. 아무튼 난 친한 친구들과 탈 때 재미있던 시소였다. 친한 친구를 제외한 친구들과 시소 탈 때엔 몸무게의 차이가 재미의 유무를 결정지었다.


1. 이끌리는 삶, 마음의 상처, 방어기제


무거운 친구와 탈 때이다. 모든 건 친구에게 달려있다. 올려주면 올라가고 내려주면 내려가는 것이다. 이끌려 가는 건 그 어릴 때도 스트레스였나 보다. 친구가 날 놀리려고 마음먹으면 하늘과 땅을 번갈아 가야 한다. 그러다 날 올리고 안 내려준다. "그만 내려줘. 내려달란 말이야."라며 징징거리지만 안 내려준다. 급기야 "그만 내려줘!"라며 짜증을 낸다. 그 찰나의 순간에 친구는 시소를 내려버린다. 공중에서 발발 동동 구르고 있던 나는 본능적으로 손잡이를 꽉 잡는다. 타이어쿠션이 있어서 다행이다. 친구는 재미있는지 웃고 있다. 몸은 안 다쳤지만 마음이 닫혔버렸다. 난 다시는 그 친구랑 시소를 안 탔다. 이젠 시소를 같이 안타지만 난 그 친구와의 관계에서 계속 시소를 타는 듯하다.

'과연 내가 몸무게가 많았다고 이끌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2. 절대평가, 고정관념, 트라우마

몸무게 많은 다른 친구들과도 안 타게 된다. 두려움이 생겨버린다. 그 후 시소 탈 땐 친구의 몸무게를 먼저 물어보게 된다. 나보다 무거우면 안 탄다. 시소를 함께 탈지말지의 기준은 숫자이다. 숫자가 절대평의 기준이 된 건 시소부터 출발이었던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친다. 몸무게가 무거워도 분명 나를 배려해 주는 친구도 있을 거고 오히려 앞으로 다가와 앉아 균형을 맞춰주려는 친구도 있었을지 모른다.

이 경험으로 인해 숫자가 절대평가가 되었다.


3. 두려움, 지식, 경험, 협동, 승-패


친한 친구들과 탈 때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위해 한 명, 두 명 올라탄다. 시소에서 줄다리기가 연출된다. 지렛대의 원리를 배우지 않았던 그때 친구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네의 끝부분으로 갈수록 그네를 더 내릴 수 있는 것을 경험을 통해 다들 알고 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올라가면 재미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모두가 나와 비슷한 경험이 한 번씩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우린 그렇게 경험을 통해 배우고 있었다.


4. 섣부른 판단, 약한 자에 대한 복수심

한 친구와 시소를 탈 때이다. 몸무게를 안 물어본다. 질문할 필요성도 못 느낀다. 이제 난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보고 판단한다. 나보다 몸무게가 현저히 낮다. 왜소해 보이는 그와 시소를 탔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나랑 놀자고 먼저 손을 내민 그 친구에게 난 하늘과 친구나 돼라 한다. 올라간 그 친구를 안 내려준다. 그리고 난 내려버린다.

난 내가 받은 싫은 느낌을 그렇게 다른 친구에 돌려주었다.
그 시작은 그 친구를 겉모습으로만 판단할 때에 이미 시작되었다는 걸 지금 느낀다.


5. 미안함, 배려, 양심, 이해, 승-승

며칠 후 이 친구는 또 시소를 타자고 한다. 그새 살이 찐 것도 아니다. '뭐지?' '왜?'라며 이해할 수가 없다. 미안하면서도 고마우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이 복잡 미묘한 내 마음을 들추기 싫어 이유를 물어보질 않는다. 물론 사과도 안 한다. 여전히 그 친구는 떠오를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내 양심이 장난칠 생각은 허락하지 않는다. 난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한다. 하지만 뭔가 불편한 마음이 지속된다. 그러다 타이어쿠션에 부딪히는 통! 통! 튀는 느낌을 서로가 느낀다는 걸 말 안 해도 알 수 있다. 그제야 내 입가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어진다. 그리고 난 자리를 한 칸 앞으로 옮겨 앉는다.

그 친구는 나와 같은 경험에서 다른 반응을 하였다.


난 시소에서 복잡한 인간관계의 시작점을 본다. 시소의 균형을 맞추듯 삶의 균형은 얽히고설켜있는 이 친구들 사이에서 시작되었다.








이전 13화철봉-세상을 오르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