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 게임 36_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햇살이 비추든
난
항상
그 사이에 존재한다.
그곳에
눈사람이 있었다.
눈이 '펑펑' 내리던 초등학교 운동장.
자훈이와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눈을 굴리고 있었다.
"한 바퀴 돌 때까지 더 크게 만드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운동장에 두 개의 원이 그려지고 있었다.
원형 트랙이 완성되기 직전이었다.
"으아아아"
마지막 한 번을 더 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으아아악"
끝났다. 내가 이겼다. 더 바깥으로 돈 게 다행이었다.
큰 눈덩이 두 개가 만들어졌다.
"헉, 헉. 근데 우리 몸을 너무 크게 만든 거 아닌가?"
"그런가? 이제 눈사람 먼저 완성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이건 안봐준다."
땀이 식을 새가 없다. 난 일어나 눈을 굴리려는데,
'턱'
자훈이가 눈뭉치 하나를 위에 올려놓았다.
"짜잔. 완성. 이건 내가 이겼다. 하하하."
"이런 게 어딨어? 그리고 머리가 너무 작잖아?"
"니 큰 머리처럼 자라겠지. 하하하"
"뭐래? 그래도 뭐, 머리가 갖춰지니 눈사람 같긴 하네. 인정. 하하하."
난 눈뭉치 하나를 옆에 붙였다.
"그건 뭐냐? 불알?"
"하하하. 아니. 쓰러진 눈사람인데. "
추위도 잊은 채 웃고 즐기는 사이
하얀 눈밭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두 꼬맹이의 웃음소리는 암흑에 삼켜져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순간 푸른빛 두 개가 반짝거렸다.
내가 붙인 작은 머리였다.
"으~으~ 나 추워"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쓰러져 있는 푸른 눈빛의 눈사람이 말하고 있었다.
곧이어 푸른빛이 아래로 떨어졌다.
'펑, 펑'
빛이 터져 주변을 잠시 밝혔다.
'툭'
하얀 머리가 바닥에 떨어져 터져 있었다.
깨진 눈 조각들이 솟구쳤다.
하얀빛의 눈보라가 어둠을 밀어내듯 거세게 몰아쳤다.
바람에 맞서 왼팔을 올린 채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버텨보지만 뒤로 몇 바퀴 구르며 쓰러지고 말았다.
몸을 웅크리고 추위에 떨고 있었다.
감은 두 눈에 번지는
하얀빛이 나를 또 다른 곳으로 끌어당겼다.
바람이 잦아들고 나서야 천천히 눈을 떴다.
"까르르 까꿍"
꼼짝할 수가 없었다.
하얀 눈이 나를 보고 있었다.
"도중아, 만나러 와줘서 고마워. 더 이상 쓰러지지 마."
나는 그녀의 하얀 눈 속에
작은 점이 되어
그녀의 눈동자가 되었다.
그녀 뒤에서
푸른 눈알이 붙어 있는 눈사람이
공중에 매달린 채 나를 보고 있었다.
눈사람이 점점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그 길 따라 푸른 점이 하나둘 찍히고,
푸른 잔상이 . 푸른 길을 만들고,
그 길 위로 푸른 눈빛이 돌고 돌았다.
.
.
똑.
.
.
똑.
.
.
그녀가 두 팔로 나를 감싸았는데,
뜨거운 불씨가 가슴을 타고 흘렀다.
숨이 턱 막히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땀방울처럼 떠올랐고,
어느새 그녀의 품은 내 곁에 없었다.
난
그대로
푸른 원 안
암흑 속 한 점으로 스며들었다.
.
.
추워진다.
.
.
"깨어나세요! 일어나세요!"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을 차리며 눈을 떴다.
어둠이 걷히고 천장이 보였다.
"깨어나세요! 일어나세요!"
알람소리가 계속 울리고 있었다.
그날 꿈꾸며 만든 눈사람 둘
하나는 서 있었고
하나는
나와 함께
쓰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