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_원점

결석 게임 35_안내섬광

by 이별난

섬광처럼 스쳐 지나간 지난날.

원점으로 돌아가는 여정.


눈을 감았다.

점들이 반짝거린다.


손목을 귀에 가져갔다.

'똑딱똑딱' 시계소리가

'똑 똑 ' 떨어지는 빗소리에 올라타

얼룩진 점들을 찍는다.

눈뜨면 흩어질 점들이

감은 두 눈앞에 반짝거린다.


10까지 세고

눈을 떴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구름이 품은 먹물 한 방울이

이 시계에 떨어져 점을 찍고 있다.


땅을 내려다보았다.

대지 위에 떨어진 비의 점들이

이 세계를 적시고 있다.


이 시계, 이 세계, 이 마을,

이 마음에 내리는 비를 따라


○ㅓ느날

썼던 글을 생각한다.


○년 ○월 ○일

그는 시커먼 먹구름이었다.

그가 불고 오는 어둠이 걷히기만을 바랐다.

어느 날

검게 물들어있는 그를 보았을 때,

그 어둠이 내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제야 그는 내게 하얀 구름이 되어 떠올랐다.


그가 내린 빗방울들 중 하나가

○~어둠을 뚫고~

어머니 품에 안겨 점이 되었다.


'똑딱똑딱'

10번째 보름달이 차오르던 새벽

아침해는 세상을 밝혔다.


그 해 겨울 어느 날

내 두 눈도 동그랗게 차올라 빛을 머금었다.

⊙⊙


몇 번의 달이 더 뜨고 지는 사이

⊙ ⊙

나의 두 눈 사이는 멀어져 갔다.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눈을 또 감는다.


점들이 또다시 반짝거린다.


오늘은 보려 한다.

어둠 너머 나를 바라보던

그들의 눈빛을...

⊙ ⊙


내 두 눈이 멀어져 간 사이

담을 수 없었던 공간에 글자를 채워 넣는다.


⊙ㅏ버지, ⊙ㅓ머니


아버지, 하늘에 구름 되고

어머니, 대지와 하나 되며


감은 두 눈에 보이는 점이

두 분의 눈빛으로 안내해 준다.


여전히

하늘은 나를 내려 보고 있고

대지는 나를 품어 보고 있다.


그곳에 찍힌 나라는

점을 빼내고 두 분의 빈 공간을 그린다.

○ ○


빈자리가 마음 한 곳에 담기니

○₂


나 살아온 숨과 숨구멍이 여기 있었다.


눈이 떠지고

두 번째 숨이

하늘에 불고 대지에 깔렸다.


○ 하늘에는 아버지

○ 땅에는 어머니


서로 이어 붙은 이 숨결 사이,

그 연결점에 나라는 점이 있었다.


내게 닥칠 어둠을 짊어지느라

먹구름처럼 떠다니던 아버지.


내게 닥친 어둠이 나를 땅으로 끌 때마다

팔을 뻗어 날 붙들고

오뚝이처럼 일어났던 어머니.


이제 그들의 눈을 직접 마주 볼 수 없지만


눈을 감는다고 안 보이는 것도 아니고

눈을 뜬다고 다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내가 그렇게 보았던 것이었다.


하늘과 땅을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빗물이 튀어 오르고 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햇살이 비추든

항상

그 사이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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