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잔잔하게 고통스러운 아픔이라니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

by 여울


브런치스토리에 가입하고 나서 이리저리 마음에 들어오는 글들을 읽었고, 그 가운데 우연히 만나서 올라오는 글들을 기다리던 작가가 한 분 있었으니 조니워커님. 담담해서 오히려 아프고 잔잔해서 더 고통스러웠다. 당시 나는 남편과 헤어짐을 생각하는 중이었고 아직 해결은 되지 않은 마음으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뎌가고 있었다. 어느 선배님의 말처럼 차라리 남편이 불륜이라도 저지르기를 바랐다는 마음이 나에게도 들 정도로 그렇게 괴로운 시기에 조니워커 작가님의 글들을 만났다. (당당하게 초반 애독자라고 말할 수 있다. 관심작가 추가 10위 안에 계심.) 책을 구입도 했는데 이미 구입하고 배송이 되는 상태에서 서평단에 당첨이 되어서 두 권을 받았다.


(이 책에 대한 후기를 원래는 블로그에 쓰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내 개인적인 이야기도 함께 들어가게 되어서 브런치스토리에 먼저 올린다. 블로그에 올린다면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빠질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아침 잠시 책을 읽다가 마음이 너무 아파서 책을 덮었다. 이미 브런치스토리에서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읽어서 내용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책으로 만나는 그간의 여정을 다시금 되짚어 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렇게 아프고 가라앉은 마음으로 오늘 우리 반 아이들을 대할 수는 없다. 책을 덮고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들과 공을 던지고 받으며, 티격태격 미술작품을 만들고 국어 문제를 풀면서 잠시 벗어났다가 다시 책을 편다.


조니워커님이 이사를 할 때 난제는 3000권의 책이라고 하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문장들이 담백하면서 유려하고 격렬하지 않은데 힘이 있다. 이미 두 번을 참았던 (전) 남편의 첫사랑과의 만남이 세 번째로 지속되고 있다는 부분에서 확실하게 결단을 내린 그녀의 마음이 단아하지만 결단력 있는 문체처럼 잘 드러난다. 전에 사랑했던 그 사람과 끊어내기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첫사랑이 나를 두고 헤어지기도 전에 이미 교제할 사람을 준비해 두고 나에게 이별 통보를 했을 때, 그러고 나서도 그녀와 나 사이를 몇 번을 오가며 힘들게 했을 때, 마침내 나는 그와의 관계를 끊어냈다. 그러나 그가 결혼 후에도 나에게 보냈던 그 애틋한 시선의 의미를 나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싫어서 헤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내가 만약 그를 다시 만나겠다고 했으면 그는 아마 나와의 만남을 결혼 후에도 지속했을 것이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고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다. 나에게 잘해 주려고 했었고 그만큼 좋아했기 때문에 그 마음을 그대로 떨쳐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본인의 아내에게도 잘 대해 주고 가정에도 충실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요는, 둘 중 하나라도 흔들리는 마음으로 있었다면 그 흔들림이 전파가 된다는 것이다. 적절치 않은 이 선을 넘어가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다만 그도 나도 멈춰야 할 때를 알았기 때문에 서로의 위태로울 수 있음을 감지하고 가까이하지 않았고 그렇게 우리의 관계도 정지된 상태가 되었을 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이 문장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객관식 답안 중 두 개가 헷갈릴 때. 고심 끝에 하나를 선택했다면, 그 답을 끝까지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설령 그 답이 틀렸더라도 후회가 낫지, 막판에 답을 바꾼 뒤 틀려서 후회하는 건 최악의 한 수다.'라는 이 문장들. 그래서 정했으면 그대로 가는 것이 맞다. 어떤 일을 원칙대로 해야 하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원칙대로 하면 너무 야박한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을 보면 원칙을 접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 사람과 상황을 계속 보다 보면 내 중심이 어디 있는지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은 매정한 것 같고 눈물이 날 것 같지만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있고 이 분은 이제는 아니라고 결정했다.


그리고 독한 말들을 뱉어내지 않았다. 이런 부분에서도 그녀의 강단 있음이 보인다. 싫은 소리를 하면 오히려 내 마음이 불편할 것이라고, 독을 내뱉는 순간 나도 물들어 버릴 것 같아 자신을 위해 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나는 오히려 그녀의 굳건함을 본다. 남에게 모진 말을 하시는 분들은 오히려 마음이 여려서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남에게 그 고통을 돌려주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오히려 본인이 더 아프게 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결국 상처가 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더 인내와 배려가 있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젠 그 어떤 아픔도 함부로 공감하는 척해선 안 된다고 느낀다.'

'내가 겪지 않은 일을 함부로 이해하는 척, 공감하는 척하지 말고, 다만 어떠한 인생에도 아픔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그 아픔들이 부디 그 어떠한 가벼운 흥밋거리로 소비되지 않기를. 나부터도 늘 조심해야겠다.'라고.

요새 이 부분을 많이 듣게 된다. 쉽게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 공감해 주고 이해해 주면서 위로해 주고 싶지만 사실 당사자가 아니면 그 아픔의 결을 어떻게 알겠는가. 어떻게 느끼겠는가.



내가 이혼을 망설이고 결단을 내리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었다. 우리 아이들 그리고 우리 부모님. 그래도 자랑스러운 딸로, 부모님의 이름을 빛내는 딸로 잘 커왔는데 만약 나의 소식이 전해진다면, 그리고 부모님이 다니시는 교회 분들께서 어떠한 시선으로 우리 부모님을 보시고 이야기를 건네실지. 그리고 위로의 말을 전할 수도 있겠지만 그 자체가 이미 고통이 될 것인데, 그것을 생각하면 역시 나는 차마 못하겠더라. 그리고 이미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나의 아이들은 어찌할지 정말 막막한 마음에 아직도 나는 견뎌볼까 라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피할 수 없는 부모님과의 어쩔 수 없는 시간들에 대한 부분이 더 눈에 들어왔다. 작가님은 그 간의 과정을 담담하고 잔잔하게 표현했지만 내면에 수많은 고통이 있었다고 했다. 겉으로 잔잔하다고 내 안에 격렬하게 들끓는 고통까지 가라앉는 것은 아니다. 읽는 내내 작가님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소리 내어 통곡은 못하겠고, 그냥 자꾸 눈시울만 붉어졌다.



그리고 이제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 간다. 자전거를 배우고 다음에는 어쩌지 생각도 해 보지만 그래도 지금은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기로 하고 약속을 지켜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마무리를 해 나간다.



이혼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안 했으면 더 행복하게 살았을지도 모르겠다는 말. 그럼에도 나로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려면 모르는 척 그렇게 살아가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결국 나를 나답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이라고. '나답게' 선택하자고. 비록 덜 행복해질지라도.


그리고 좋은 것, 감사한 것은 그대로 가지고 가자고. 그래서 소중한 마음을 잊지 말고 다만 이 아픔만 치유하자고.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들여다 보고 나의 삶을 들여다 보고 나의 앞으로 갈 길들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평생 친구를 잃는다는 말에 나도 공감한다. 수많은 가정이 여전히 아픈데, 망설이는 이유는 같이 오랜 시간을 지내온 동반자이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삶의 행적은 다르다.)



힘든 일을 겪을 때 그 무게에 압도되어 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피할 수 없이 겪어야 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 힘든 과정들을 잘 지내왔을 때 그 결들이 쌓여서 성숙해 가는 나를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누가 힘든 시간들을 일부러 마주하고 싶겠냐마는 내 앞에 마주해야 하는 불가피한 순간이라면 그마저도 나의 성장으로 보태어 간다면 우리는 한층 더 깊은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감히 덧붙여 본다. 그리하여 이렇게 삶의 한 자락을 잘 마무리해 오신 조니워커님께 부디 좋은 일이 가득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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