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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Aug 30. 2023

9월 4일을 앞두고 교장 선생님께 드리는 글

지난 이틀간 저는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감히 교장 선생님께 비할 수 없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인함입니다. 이 고민은 교육부 장관의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이 학교에 와서 교장 교감선생님께 받은 사랑은 비할 수 없고, 올해 1학기 때 어떻게 저를 지켜주시고 지지해 주셨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저도 9월 4일에 학교에 와야겠고, 교과시간에 빈자리가 있다면 기꺼이 보결을 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저들은 너무나 나쁜 행동과 말을 했습니다. 단지 저 하나만의 불이익이 아니라 이를 허용해 준 관리자들에게까지 징계를 내리겠다면 협박을 했습니다. 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 아이들에게 자유와 책임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로서 이에 굴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국가의 권위에 순복 하는 사람이었다면 일제강점기에 그토록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며 독재정부 때 그토록 많은 시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며 이 나라가 정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서기까지 이토록 많은 피와 눈물이 흐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행동하는 양심과 책임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로서 말도 안 되는 법제적 해석을 들먹이며 일부 불법적인 움직임에 선동되지 말라는 이런 말을 하는 그들에게 이렇게 숙일 수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너희도 나중에 이런 외압과 협박이 있을 때 양심의 자유를 접고 따라가라고, 부당한 조건에도 항변하지 말고 따라가라고, 그것이 국가의 권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합당한 시민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니다. 현장학습체험 차량에 대해서는 그토록 유연한 결정을 내리며 협조를 구하면서, 10월 2일 임시공휴일 제정에 대해서는 학습권 침해라는 말은 일절 꺼내지 않으면서 학교장이 학운위를 통해서 절차에 맞게 결정하겠다는 재량휴업일에 대해서는 하지 말 것을 파면, 해임, 징계라는 협박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희반 아이들을 사랑합니다. 이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방학에도 기꺼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무사히 졸업까지 시키고 한 해를 잘 마무리 하고 싶습니다. 또한 네 아이의 엄마로서, 제가 교사로서 받는 수입이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수입이 없으면 저희 가족은 정말 생존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가 여기서 숙이고 들어가면 저는 교사로서의 양심의 자유와 아이들에 대한 가르침의 정당성을 잃고 평생 괴로워하면서 남은 교직 생활을 지내던지, 아니면 괴로움에 정말 그만둘 것 같습니다. 과거에 학생들이 독립운동에 나설 때, 민주주의를 향한 시위에 나설 때, 교수들과 선생들은 함께 길로 나섰습니다. 교사가 되고 싶다는 제 제자들에게 그리고 미래의 후배들에게 이렇게 외압에 굴복했다는 부끄러운 과거를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현대에 고통받는 수많은 동료교사들과 그리고 미래에 함께 할 수많은 후배들을 위해 같이 참여합니다. 사랑에 보답해 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밤새 고민하고 고민하다 결정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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