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Minimal
새해 계획을 세웠다.
원래 새해 계획은 잘 세우지 않는다.
그냥 이런저런 바람을 가지고 있고 상황에 따라 맞춰가는 편이기도 하지만 내 삶은 늘상 계획이 꽉 짜여져 있어서 굳이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바빴다. 다만 올해는 뭔가 확실하게 잡고 싶었다.
Be Simple
Be Minimal
Be Abundant
이 세 가지를 기조로 삼았다.
작년에는 정말 30년간 막연하게 생각만 하다 다이어트를 실제로 성공했던 한 해였다.
예상치 못했던 내 몸의 미니멀리즘이 이루어지자 다른 것들도 시도할 수 있는 결심이 들었다.
그동안은 하는 시늉만 했을 뿐이라는 것도 알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대로 가지고 있고 싶었으니까.
하나씩 시작하는 가운데 가장 큰 과제인 책을 걷어내기로 한다.
집안을 가득 채운 저 책들은 나의 자랑이자 순수한 기쁨의 원천이었다. 안 읽은 책들도 있지만 대부분 읽었고 애지중지하는 책들이었기에 마음을 다해 사랑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사는 집이 아니라 책이 거주하는 집이 되어 있었다.
조금이라도 뭔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여지없이 책장이 들어차서 17개의 책장들이 온 집을 뒤덮고 있다. 대충 세어봐서 더 있을지도 모른다. 안방에 3개, 여자아이들 방에 3개, 남자아이들 방에 5개, 거실은 말할 것도 없고 부엌까지 5단 책장이 벽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세어보니 17개가 아니다. 거뜬히 20개는 되는 것 같다. 베란다에 있는 책박스들은 세기도 싫다.
필요한 책은 이북으로 보고 도서관에서 빌려 보자. 정말 소중한 책 백 권만 남기고 공간의 여유를 찾아서 그 비어있음으로 오히려 풍요로움을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