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울 Sep 22. 2023

엄마한테 말씀하실 거예요?

우리 반 아이와 상담을 했다. 학기 초부터 이 아이와는 이야기할 일이 많았다. 아이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신체 일부분이 불편했는데 그래서인지 몸을 자주 움직였다. 많은 부분은 이해를 하고 넘어가지만 공이나 다른 물건을 자꾸 던지고 굴리는 일은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어서 제재를 했지만 좋아지지 않았다. 그 외에도 정말 자잘한 일들이 일어났다. 과제를 건너 뛰거나, 수업에 충실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1인 1역을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배 째라는 식으로 대처를 하고, 다른 반 아이들과의 소소한 말다툼부터 등등등.


공교롭게도 작년 담임 선생님, 재작년 담임 선생님 모두 우리 동학년 선생님들이시다. 우연히 이야기가 나왔는데, 부모님들과 모두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시다고 했다. 이야기해도 딱히 달라지는 부분은 없고 좀 힘든 사건들도 있었다고 했다. 모든 선생님들이 이야기하는 힘든 아이. 장점도 많았다. 총명하고 음악적 감각도 있고 재치도 있었다.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게 웃는 경우도 많았다. 다만 본인의 행동이 절제가 안 되고 어떤 일이 있을 때 다른 사람을 같이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수습을 하지 않은 이유는 하려고 했는데 다른 아이들이 먼저 해서 자신을 할 것이 없었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문제가 된 어떤 물건은 다른 사람의 것이거나 다른 사람이 주고 간 것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할 거라는 예전 담임 선생님의 말씀도 그대로 딱 맞았다. 말을 자주 바꾸거나 유리하게 만들었다. 정말로 변명할 것이 없으면 다른 아이가 잘못한 것을 꺼냈다.


아이의 몸 상태는 어떤지 여쭤 볼 겸, 오랜만에 어머니와 상담을 했다. 이런 소소한 일들이 많았어도 그동안 아이와 내가 둘이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해서 참고 노력했는데 비비탄 총 위협 사건 같은 경우는 말씀을 드려야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발사하지는 않았지만 겨누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두려움과 위협감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이야기를 나눈 후 어렵게 이 사건을 꺼냈다. 어머니는 의외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고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을 경우 하이톡으로라도 꼭 연락을 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해오지 않던 다른 선생님 과제도 오늘 잘 해온 모습을 보았다. (엄마의 한 마디가 이렇게 무섭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오늘 종이 날리기 사건이 터진 것이다. 종이 날린 것쯤이야 대수랴 싶지만 좀 단단한 카드 용지였고, 지난 가는 저학년 아이들이 그 종이에 맞은 것과 교문 앞에 어지럽게 널려진 것을 보안관님이 치우라고 했는데 듣지 않고 또 한 차례 날린 것, 그리고 친구들이 보안관 아저씨의 말을 듣고 치우자, 팔짱을 끼고 어쩌라는 식으로 불퉁하게 응대한 것과 "내가 치울지 말지 너네가 어떻게 알았냐!"면서 되려 화를 낸 부분 등등... 반 아이들은 기다려도 치우지 않고 또 날려서 자신들이 치운 것이라고 했다. 사실 누구를 대놓고 때린 것도 아니고 욕을 한 것도 아니니 이 정도 사건이야 그냥 넘어가도 되는 부분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았다. 저학년 아이였다면 이해의 폭이 좀 더 넓었을 것인데 6학년 2학기 학생이었고,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남 탓을 하는 것과,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일들을 하지 않는 자제력의 부족이 또 한 번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한 번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


이유를 묻자 그냥 날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 나도 이해한다. 사람 마음이 뭔가를 날려보고 싶고 던져 보고 싶고 그렇다. 그 일에 대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는 알고 있었다. 앞으로는 조심하겠다고 했다. 비비탄 총사건이 있은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었다. 아이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엄마한테 말씀하실 거예요?"라고 물었다. "말씀 안 드렸으면 좋겠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가지고 바로 말씀드리고 그러진 않아. 하지만 이런 비슷한 경우가 반복이 되면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겠지. 우리 조금 더 노력해 볼까?"라는 말에 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께 우리 OO의 좋은 일로 연락드릴 수 있도록 하자."라고 이야기하고 아이를 보냈다.


나도 마음이 참 안 좋다. 이 아이도 아는 것이다. 엄마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마음이 드실지 말이다. 좋은 것만, 잘한 것만 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 선생님이 잘못한 것을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엄마가 없는 학교에서 조금 더 마음 편히 행동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교와 가정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을 확인하지 않고 교사 혼자서 아무리 노력해 봐야 소용이 없다. 이렇게 몇 번 상담을 했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1학기 보다 조금 더 나아간 모습을 보면서 2학기에는 더 커가길 바란다. 1학기 때 고작 세 칸 올라간 학급 온도계는 이 아이가 맡은 일을 다 한 덕분에 2학기에 7칸이나 올라갔다. 그만큼 1인 1역과 짧은 글쓰기를 그래도 잘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천천히 같이 성장하도록 남은 기간 같이 더 애쓰고 노력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6학년 제자의 결혼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