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너드 코헨의 송가. 앤썸. Anthem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Ring the bells that still can ring
Forget your perfect offering
There is a crack, a crack in everything
That's how the light gets in
여전히 울릴 수 있는 종을 울리고
완벽하려는 헌신을 잊으세요.
모든 것에는 갈라진 틈이 있는데
바로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옵니다.
이 노래를 듣는데 light이 life로 들렸다.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성당을 세우기 위하여 값비싼 통유리를 운반해 오고 있었는데 그 통유리가 그만 실수로 떨어져 조각조각 나고 말았다. 이 유리를 제작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비용도 상당하여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그때 담당신부님(아마도)은 나머지 유리도 모두 조각을 내어 버렸다. 그리고 그 유리를 이어 붙여서 성당을 완공했다는 이야기. 오히려 깨진 유리들로 인해서 그 어디보다도 아름다운 빛이 들어오는 성당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늘 완벽하려고 했는데 어쩌면 나는 이렇게 실수와 흠결투성이일까 생각했다. 나는 내 삶을 스스로 만들어오고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변수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몰랐다. 친구나 지인은 어느 정도까지는 관계의 측면을 조정할 수 있는데 결혼으로 만들어진 관계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여겼다.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들려와도 피할 수 없어서 부정적인 감정들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상처받는 나를 보았다. 난생처음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나는 내 영역 밖에서 밀려오는 것들을 어찌하지 못해 당황했고 방황했고 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곪아가는 상태였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혼자서 참고 견디면 되는 줄 알고 그렇게 지내왔다. 가끔 돌파구를 찾겠다고 나섰을 때마다 번번이 하지 말라는 말에 수긍하고 접었던 것도 잘못이었다.
"이 결혼 후에 하나님께로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실 더 멀어졌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기도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죽어 있는 상태로 지내면서 다른 것들로 나를 채우려고 애를 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핵심 기치의 상실. 위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상처를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볼 수 없는 것들. 내가 감히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말은 할 수 없지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아픔과 상처와 시련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참 가난했다. 그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부모님의 노력은 결국 결실을 이루었다. 가난했지만 불행하진 않았다. 입을 옷이 좀 부족하고 먹을 것이 풍족하진 않았지만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고 안정이 있는 집이었다. 부모님이 다른 누군가를 험담하는 것을 들은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행여라도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우리가 혼났다. 가끔 불만을 이야기하긴 했어도 남을 세우기 위한 바른 과정에 대한 고민이 아닌 이상, 깎아내리려는 험담은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고민이 있다면 아빠나 엄마와 단 둘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하지 말 것. 그것은 철칙이었다. 남편이, 시부모님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하실 때 그저 듣고만 있었던 나는 어리석었다는 것을 알았다. 가끔 그런 게 아니라고 설명을 하긴 했지만 애당초 듣지를 말았어야 했다. 차라리 형제의 허물이 저의 허물이니 죄송하다고, 제가 함께 성장하지 못해 부끄럽다고 공손하게 사과를 했으면 반복되는 부정적인 대화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결혼 전에는 그렇게 많은 배려 없고 안 좋은 일들이 교회 안에 있는지 몰랐는데, 결혼 후에는 어찌 그리 많은지 매주 놀랄 정도였다. 부정적인 말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감정은 사람을 갉아먹고 깎아내린다는 것을 제대로 경험했다. 왜 부모님이 그토록 다른 사람 이야기를, 특히 부정적인 이야기를 경계하셨는지 이제야 깊이 깨달았다.
이미 나의 시간들에는 수많은 금이 가 있고, 사실 보기는 안 좋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또 얻을 수 있는 귀한 배움들이 있다면. 그래서 나를 돌이켜 보고 세워갈 수 있다면 이 수많은 갈라진 틈들은 또 의미로우리라고 생각한다. 순은과 순금을 얻기 위해서 수많은 제련과정을 거치고 연단해야 하는 것처럼, 보다 진실되고 깊이 있는 나를 세우고 앞으로 어떻게 삶을 걸어가야 할지를 비춰주는 부서짐이라고 생각한다. 꽃길만 걷기를 바랐던 것은 아니지만 이만큼 거친 길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도 많이 울고 많이 아프겠지만 결국은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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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챌린지 66일간의 여정이 끝났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 쉽지는 않았고 요사이 삶의 무게가 더해지고 더해져서 글을 전혀 쓰고 싶지 않은 때도 있었습니다. 제 마음에 여기 있는데 모르는 척 다른 주제의 글을 쓸 수도 없었고 글이 나오지도 않았으니까요. 최근의 이야기는 제가 브런치에 올리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부분들이었습니다. 자잘한 감정의 토로 같은 글을 공개 플랫폼에 올리고 읽으시라고 하는 것도 죄송했습니다. 그래도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하면서 조금 더 방향성을 잡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쓰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와 제가 내린 결정들을 다시 올릴 수 있을지는 확실하게 모르겠습니다. 추석 연휴와 맞물려서 책을 좀 더 읽고 못하던 기도를 하면서 저를 더 돌이켜보고 지혜로운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구하려고 합니다. 모두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