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붕어빵

by 여울

셋째가 느닷없이 붕어빵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근처에는 붕어빵을 파는 곳이 없었다. 학교에서 오는 길에 파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사 먹겠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다. 천 원짜리와 백 원짜리를 챙겨갔는데 다음날 돈을 다시 가져왔다. 자기가 가니까 마침 다 떨어졌다고 하더란다. "아니, 엄청 늦은 시각도 아니고 7시 정도인데 재료가 다 떨어졌다니 너무 한 거 아니에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러게. 좀 넉넉했으면 좋았을 걸." 정도의 밋밋한 대답만 해 줬다.


피아노 연습을 마치고 오는 길, 지하철 역 입구에 붕어빵을 파는 곳이 있다. 늘 줄이 길다. 지난번에도 한참을 서서 기다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그냥 집에 오는 버스를 탔다. 날이 추워지니 붕어빵 이야기를 더 자주 꺼내는 아이들 생각이 여기만 오면 난다. 오늘은 줄이 조금 짧은 것도 같았다. 그래서 작정하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그 사이 버스는 두 대나 그냥 지나갔다. 그렇게 보니 이제는 줄이 긴 것 같았는데 또 기다리자니 생각보다 빨리 줄어드는 듯 느껴졌다. 앞의 세 아가씨가 함께 기다리고 있었던 듯, 하나씩 사서 휘리릭 나갔다. 그다음은 팀이었나 보다. 역시 하나씩 사서 줄이 금방 줄어들었다. 오오 내 앞으로 네 명만 남았다. 그럼 이제 곧이겠지? 아니, 그런데 첫 번째 분이 무려 붕어빵을 9개나 담아갔다..... 그다음 여학생은 4개, 5개, 또 다른 여자분은 6개.... 그런데 팥 붕어빵으로만 담아갔다. 싹 쓸어가는 바람에 팥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아저씨는 이제 팥은 없다고 하셨다. 큰일이다. 우리 집은 기호가 다 달라서 골고루 들어가야 하는데 팥이 없을까 정말 너무 걱정이 되었다. 아슬아슬하게 팥이 2개 있어서 슈크림 4개랑 같이 모두 6개를 샀다.


피아노 연습실부터 사당역까지 가는 길은 먹거리의 향연이다. 호떡, 떡볶이, 어묵, 닭꼬치, 전, 간짜장까지 있다. 그중 내가 너무 좋아하는 떡볶이의 유혹은 어찌어찌 잘 넘겼는데 따끈하고 고소한 붕어빵의 냄새는 치명적이다. 한입 먹고 싶은데 요새 다시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참고 참았다.


집에 와서 풀어놓으니 아이들이 "붕어빵이다!"라고 합창을 한다. "붕어빵! 붕어빵!" 나도 한 번 어깨에 힘을 딱 주고 으쌰으쌰 외쳐주었다. 취향대로 슈크림과 팥이 사라지고 이제 세 개 남았다. 아직 큰 아이가 안 와서 그렇다. 지금까지 잘 참았는데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니, 그리고 먹으면서 나오는 향을 맡으니 도저히 못 참겠다. 궁금한 마음에 살짝 잘라서 슈크림 쪽을 먹어보았다. 맛있다. 흐흑. 다 먹기에는 양심이 찔려서 옆에서 넘실넘실 보고 있는 둘째에게 반 이상 주었다. 이제는 팥도 궁금하다. 팥도 살짝 맛을 보고 말았다...... 이왕 먹고 나니 바삭할 때 먹을 것을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양심상 더 먹지 않은 꼬리는 셋째가 가져갔다. 꼬리가 사라진 두 붕어빵은 이제 큰 누나의 몫이다. 정말 기가 막히게도 큰 아이가 "내가 왔다!"라고 말하며 들어왔다. 별다른 말 없이 행복하게 붕어빵을 먹고 친구와 행복한 수다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온다. 4천 원으로 꽤 좋았다. 가끔은 이렇게 붕어빵의 행복을 누리게 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