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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Oct 17. 2023

조각조각 나뉘어서 더 아름다운

스플릿 아트라는 예술 세계가 있다. 뭐든지 만능으로 답해줄 것 같은 네이버에 검색해도 답을 찾기 어렵고 구글에 검색을 해야 겨우 Split Wall Art라는 것이 나오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조금은 다르다. 여러 작품을 모아 둔 것인데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한 작품을 잘라서 다양한 효과를 연출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스플릿 월 아트 혹은 스플릿 캔버스 아트 말고 다른 컨템포러리 아티스트가 있으니 바로 사브리나 베레타(Sabrina Beretta)라는 예술가의 작품이다. 역시 네이버에 아무리 한글로 검색해도 나오지 않고 구글에서야 겨우 등장한다.


아이들과 현대 추상화 미술을 어떻게 재미있게 다가갈까 고민하다가 한 선생님의 자료에서 이 예술가의 이름과 작품세계를 알게 되어 매료되었다. Split '쪼개다'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대상을 단순화하고 해체하여 쪼개는 예술이라는 뜻이다. 대상을 해체 - desintegration- 하고 단순한 도형으로 쪼개는 -split- 기법을 활용하여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그리고 완성된 작품을 보는 순간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카소와 같은 화가의 작품은 아직 나에게는 어렵다. 그 아름다움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도 같지만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의 얄팍함 정도밖에 없다. 나는 아직도 드가가 좋고 피사로가 좋은 그 정도의 수준이고 조금 더 해야 세잔이 좋을 뿐이다. 그래서 추상화를 가르쳐야 하는 과제 앞에서 이는 도전이 아니라 시련의 높이까지 다가왔는데, 사브리나 베레타의 스플릿 아트를 만나면서 마음이 가벼워졌다.


한쪽은 온전하게 다가간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탐구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남은 반쪽은 자유롭게 흩어진다. 형태의 기본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산산이 흩어지는 자유로움을 느낀다. 기존의 모습에서 탈피하여 밖으로 뻗어나가는 열망과 자유를 향한 몸짓이 느껴진다. 스플릿 아트의 또 한 가지 속성은 원래의 속성을 완전히 저버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색은 기존의 색이며 형태도 대칭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무게중심도 같이 잡아간다. 가운데 대칭선에 가까운 형태들은 좀 더 크고 무겁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잘게 부서지고 가볍다. 그래서 조각조각 흩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안정이 느껴지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가장자리로 갈수록 커지고 무겁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밖에서 중심을 향해 모여드는 것 같은 집중과 소망의 힘. 나는 이런 것을 보았다.


우리 반 아이들과 이 작품을 시도해 보면서 아이들의 두려움도 보았다. 형태에서 벗어나면 어쩌나,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머뭇거림과 망설임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형형 색색 제각기 다 다른 나비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다 다른 개성을 느끼게 된다. 어떻게든 나의 나비로 구성해 보려는 마음. 그 마음 마음결들이 사랑스러워 교실 벽에 자꾸 눈길이 간다. 그리고 나를 또 생각해 본다. 내가 만들고 싶은 나비는 어떤 나비일까. 어떤 나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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