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직장 근처에는 식당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은 맛집이 서너 곳은 있다. 리소토가 맛있는 이태리 식당으로 갔는데 재료 준비 중이라 오픈하려면 20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보통 때라면 기다려도 좋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 얼굴을 흘깃 쳐다본 친구가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다. "다른 때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너 상태 보니까 안 되겠다." 5분 정도 걸어가면 동네주민들에게 잘 알려진 작은 초밥집이 있다. 본격적인 저녁 시간이면 가끔 대기도 해야 하지만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은 아직 한산하다. 연어회와 참치초밥세트를 시켰다. 둘이서 이야기하면서 먹다 보니 금방 끝났다. 연어는 입에서 사르르 녹게 부드러웠고, 계란 초밥 역시 만족스러웠다. (다른 초밥은 모르겠지만 계란초밥은 여기가 정말 최고다.) 마지막으로 먹은 참치 초밥 한 점은 완벽한 마무리.
"커피 한 잔만 테이크 아웃 하자." 이 동네는 원래 빵집으로 유명해서 빵러버들 사이에서는 빵지순례하는 곳으로 유명했는데 최근에 몇 군데 사라졌다고 한다. 지난번에 지나가면서 봤던 베이커리 카페에 가 보고 싶었다. 원래 테이크 아웃만 하려고 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포기했다. 시선을 사로잡은 퀸아망.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노다메가 몽생미셸에 가서 하나 통째로 들고 행복하게 먹던 그 모습이 기억나서 언젠가 꼭 먹어보고 싶었던 빵이다. 초콜릿 커버가 씌워진 퀸아망은 그냥 퀸아망과 300원 밖에 차이가 안 난다. 몸이 좀 안 좋은 나는 로열블렌드라는 따뜻한 홍차를, 친구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요새 커피도, 빵도 가격이 다 올라서 이렇게 세 가지만 시켰는데도 16,000원이 넘는다. 그리고 처음 먹어본 퀸아망은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달지 않으면서 버터의 풍부한 향과 부드러운 맛이 잘 어우러져서 부담이 없었다. 가격이 오천 원만 안 넘는다면 좀 더 자주 사 먹고 싶은데, 온라인으로 검색해 보니 조금 더 저렴하긴 하지만 기본 가격이 높은 빵이라 어쩌다 한 번 만이다. 30분만 잠깐 앉아 있다 가기로 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또 금방 40분이 가 버렸다. 정말 집에 가야 한다.
카페를 나오니 집으로 바로 가는 마을버스 정거장이 눈에 보인다. 너무 좋다. 차비도 아끼고 빨리 갈 수 있고. 친구가 나를 보며 말한다. "이제 좀 괜찮아 보이네." 아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음식과 편안한 대화, 그리고 유쾌한 웃음이었나 보다. 정말로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고 몸이 무거웠는데 훨씬 가볍게 느껴진다. 아직도 목 쪽에 통증은 좀 있지만 오늘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굳이 내가 근무하는 학교 쪽으로 조금 더 돌아와 밥을 사 준 친구가 참 고마웠다. 한 시간 남짓 짧게 보고 가는 거라 애매하기 그지없음에도 기꺼이 와 주었다. 좋은 음식을 먹으니 속이 편하고 마음도 상냥해지는 것 같다. 좋은 친구에게서 좋은 위로와 기운을 받았으니 또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나의 몫이다. 저녁 시간을 따스하게 만들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