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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Jan 05. 2024

마음이 닿지 않을 때도 있다

1학기 말, 한 아이를 전학 보냈다. 자세히 쓸 수 없는 그 일련의 일들은 많은 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아이들끼리의 다툼이 있었고 그 일은 잘 해결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그 일은 어머니의 상상력 속에서 점점 커져 갔고 있지 않은 일들이 더해졌다. 그에 더하여 그 아이의 가정에 한 사고가 발생했고 그 여파는 우리 반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밝게 웃으며 뛰어놀던 아이는 우리 반에서 왕따를 당했던 것으로 왜곡되었다는 것도 오늘에서야 알았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책을 잡혔다. 심지어 교육청에도 전화해서 내가 공평하지 않은 교사라고 민원을 넣으셨다.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가시는 담임교사인 나, 교감, 교장 선생님, 장학사님, 교육청으로 향했고, 규정상 바꿀 수 없는 것을 계속해서 요구하시다 관철이 되지 않자 결국 아이는 전학을 갔다.


졸업식을 하는 내내 나는 아이 생각을 했다. 저기 앉아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이 어머니와의 대화 중 상당수는 원망과 증오와 슬픔이 담겨 있어 자꾸 연락하기가 참 어려웠다. 아이의 동생은 여전히 우리 학교에 다녔다. 선물과 2시간 걸려 쓴 편지를 들고 동생 반으로 갔는데, 정말 우연하게도 아이의 어머니가 교실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그 반 담임 선생님께 전해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잠시 뒤에 단호하게 거절하셨노라고 하시며 다시 가져오셨다. 


졸업할 때는 그래도 편지 하나, 선물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한 학기 내내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남지 않게 하려고 정말 애를 쓰고 밤낮으로 상담 전화와 위로를 드린 것도 부질없었다. 우리 반 두 아이의 가정 사이 벌어진 틈은 정말 어찌할 수가 없어 결국 법정까지 갔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 가운데 공평하고자 했던 나는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한쪽 편을 든 사람이 되어 버렸다. 사람 사이가 이렇게도 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이미 간접적으로 겪어 본 터이기에 놀랍지는 않았다. 다만 안타깝고 마음이 아플 뿐이다. 누군가에게 원한에 가까운 증오를 품고 벽을 둘러치면 결국 힘든 사람은 나와 내 가족이다. 나와 통화할 때, 문자로 대화를 주고받을 때, 고맙다고, 노력해 주시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셨는데 결국 그 모든 노력은 다 허사였다. 1학기 동안 나는 이 어머니와의 밤낮없는 연락을 하면서 심적으로 죽어갔다. 양상은 다르겠지만 서이초 선생님도 그래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가 잘 되길 바란다.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게 크길 바란다. 지난 일의 그림자가 크고 아플지라도 잘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도 너를 아끼고 염려하고 계속 생각했다는 마음을 전하는 것조차 원치 않는 관심일까 싶어 하루 종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아이의 어머니와는 상관없이 너는 여전히 내게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데 그 마저도 짐이 될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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