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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Jan 08. 2024

좋은 의도였었다

방학인데도 학교를 다녀왔다. 갑자기 온 연락에 나는 예상치 못한 만남을 가졌다. 사연은 복잡하고 공개적으로 쓰기엔 개인적인 것인지라 자세히 쓸 수는 없다. 항상 그 아이 생각이 났다. 너를 생각하고 잘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졸업이니 한 번 정도는 괜찮을까 싶었다. 그것이 이렇게 파장을 몰고 올진 몰랐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부모님은 내가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고의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오해하셨다. 나는 교묘하게 학생들을 움직여 아이를 교묘하게 교실로 불러들여 정신적 충격을 준 교사가 되어 있었다. 실제로는 온 줄도 몰랐고 얼굴도 보질 못했다.


아이의 부모님은 내 말을 믿지 않으셨다. 결국 아이를 만났던 친구들과 통화를 하신 뒤에야 오해했다고 하셨다. 내가 아이에게 상처를 주려고 했다면 두 시간 넘게 고민하면서 편지를 쓰지도 않았을 것이고 사비를 들여서 어떤 선물이 좋을지 고르고 골라 정성껏 포장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하나하나 이렇게 정성 들여 편지를 쓰지 않았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다시 가져가신 편지도 그냥 돌려받고 싶었다. 1년 내내 그 아이 생각에 고민하고 아파한 마음은 악의로 오인되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하루 종일 정신이 없어서 이렇게라도 오해가 풀리고 잘 끝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올라왔다. 나는 왜 그랬을까. 이미 떠난 아이의 마음까지 살피려 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그냥 우리 반에 있는 아이들이나 충실하게 챙길 것을. 괜한 오지랖을 부려서 불필요하게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했구나.... 세상이 내 마음과 다르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번은 좀 타격이 컸다.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렇게 떠난 그 아이가 못내 마음에 걸려서 항상 응원하고 잘 되길 바란다는 한 자락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되어 버리니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들의 마음이 굳어진다는 것도 좀 이해는 되었다. 나는 새 학년에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제는 두려움도 함께 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혹시라도 책이 잡힐까 너무너무 무서운 것을. 이 방학이 그래서 감사하다. 교사의 자리를 잠시 벗어나 엄마와 나 자신으로서의 모습에 집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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