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에 먹는 규동

by 여울

일단 호텔로 돌아왔다. 발이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바보 같으니. 옷을 갈아입기 귀찮을 것 같아 출발할 때부터 스커트에 롱부츠를 신은 것이 잘못이었다. 몇 시간이면 괜찮았겠지만 하루 종일은 무리였던 것이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으니 좀 살 것 같았다. 이대로 쉴까 싶었지만 그러기엔 오사카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었다. 나가서 도톤보리를 탐색해 보기로 했다.

10시 반 정도 된 시각인데도 길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겨울이니 적은 편일 텐데. 여름에 다녀온 사촌 오빠의 말이 생각났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밀려다닐 정도였다던 데. 여름에는 오사카에 절대로 오면 안 되겠다. 지금도 사람들이 많아서 좀 힘든데 더운 여름에 사람들이 한가득이라면 절대 노노다. 길을 걷다 보니 돈키호테가 보였다. 오늘은 물건을 사진 않을 예정이고 가격이나 구경해 보자 싶었다. 아이들이 부탁한 곤약젤리와 커스터드푸딩 마시멜로, 그리고 내가 사려고 한 손톱깎기 등을 대강 보고는 내려왔다. 늦은 시각인데도 계산대의 줄이 길었다. 나 과연 제대로 사갈 수 있을까?

지나가다가 인형 뽑기도 한 번 해 보았다. 한국에서는 돈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일본에서는 한 번 시도해 보았다. 누가 일본 뽑기는 쉽다고 했던가. 친구의 말은 다 거짓말이었다!! 돈을 좀 날리고 나서야 겨우 초콜릿 하나를 뽑았다. 그냥 돈 주고 샀으면 반의 반값도 안 들었을 것 같아 눈물이 좀 났다.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것 같았고 이제 힘들기 시작했다. 오사카의 상권은 정말 대단하구나. 명동이나 코엑스와는 다른 스케일에 이 도시의 규모가 얼마나 클지 가늠이 잘 되지 않았다. 2시간가량 걸었으니 배가 고팠다. 한밤중에는 절대로 뭔가를 먹지 않지만 오늘은 괜찮겠지. 친구가 추천해 준 규동집이 몇 군데 있었는데 호텔로 가는 길에 제일 가까운 곳으로 갔다. 24시간 하는 곳들이라고 했다. 스키야. 한중일영 네 가지 언어 중 선택할 수 있고 태블릿으로 하면 된다. 크기의 선택도 가능하다. 소, 중, 대, 특대 등등등. 나는 '소'로 시켰다. 파가 올려진 것으로 시켰더니 가격이 조금 더 올라갔다. 일본 식당의 특징 중 하나는 반찬이 없다는 것이다. 김치나 단무지 정도는 기대했는데 정말 순수하게 규동 한 그릇만 주어서 조금 당황했다. 그렇지만 바로 납득이 되었다. 이래서 가격이 착하구나. 600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규동은 정말 부담이 없었다. 밥이 들어가자 조금 몸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소스가 조금 적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파채와 같이 먹으니 그것도 좋았다. 다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거의 다 비웠다. 몸에서 마구마구 받아들이는 것이 느껴졌다. 잘 먹고 나서 다시 길을 나섰다.

호텔 가까이 와서 편의점에 들렀다. 그 굉장하다던 일본 편의점, 내일 아침 거리를 사 가 보도록 하자! 딸기 시즌이라서 그런지 딸기 관련 디저트들이 한가득이었다. 그중에서 딸기크림모찌를 하나 사서 바로 먹었다. 생딸기가 안에 들어 있고 크림은 담백했다. 질 좋은 크림을 써서 느끼하지 않으니 깔끔한 맛에 좀 큰 크기의 모찌도 다 먹을 수 있었다. 밤이 늦어서 그런지 패밀리 마트에는 별로 없어서 옆에 있는 로손에 가 보았다. 조금 더 맛있어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딸기크림빵과 레몬컵젤리를 하나 사고 보리차도 한 병 샀다. 친구는 일본에 가면 다양한 차들이 많은데 그중 보리차를 한 번 꼭 마셔보라고 했다. 한국의 보리차와는 다르다고. 보리차를 왜 돈 주고 마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도 강력한 추천을 들었으니 호기심에 마셔보기로 한다. 음? 약간 카페인처럼 쌉쌀한 커피 느낌이 난다. 병 라벨에는 카페인 제로라고 적혀 있다. 보리차가 당연히 카페인이 없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래서 카페인 제로라고 써 놓았구나. 보리 특유의 구수함과 쌉쌀함이 은근 잘 어울려서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호텔로 돌아오니 이미 평소 취침 시각을 한참 넘긴 2시경. 으아. 서둘러 씻고 잠을 청한다. 침대는 폭신했고 아무도 방해하는 이가 없으니 늦잠도 넉넉하게 잘 수 있겠지? 이렇게 오사카의 첫날밤이 지나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