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늦게까지 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체 시계는 늘 나를 8~9시 사이에는 꼭 깨운다. 슬픈 마음으로 9시 정도 일어나 호텔에 있는 스파에 갈 준비를 했다. 칸데오 호텔 17층에는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스파가 마련되어 있다. 호텔에서 준비해 준 파자마 세트를 입고 수건을 들고 올라간다. 한국의 대중목욕탕 같다.
이 호텔을 고른 이유는 온천욕을 하기 위해서였다. 일본에 있는 호텔이라고 모두 온천욕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구비한 것이 아니라서 한참을 찾았다. 가격도 적당했다. 호텔 투숙객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고, 제한 시간은 오후 2~6 시인 것도 좋았다. 예전에 묶었던 호텔은 밤 9시 전까지만 가능했었다.
몸을 씻고 온천에 발을 디딘다. 따뜻한 물이 몸을 감싼다. 온천물이라고 뭔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조금 더 빠르게 노곤하게 풀어지는 것 같았다. 더 오래오래 있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노천온천도 즐겨봐야 하니 탕을 나선다.
노천온천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손잡이를 잡고 한참을 서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오래 열어두고 있으면 사람들이 싫어할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서둘러 문을 닫고 노천탕으로 들어갔다. 빗방울이 살짝 흩뿌리고 있었다. 세차게 내리는 것이 아닌 가볍게 뿌리는 비라 맞아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조금 더 어지러운 것 같았다. 이제 나와야지 하고 나와서 실내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순간 휘청하는 것이 느껴졌다. 눈앞에 의자가 있었는데 빨리 가서 저기에 앉아야겠다는 본능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저쪽에 계신 한국 여자분이 "괜찮으세요?"하고 나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건네고 있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다섯 발자국도 안 되는 그 사이에 나는 왜 바닥에 앉아 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물이라도 좀 드세요." 일단 몸을 씻어야 나갈 테니 옆으로 옮기는데 순간 중심을 잃고 수전이 있는 벽에 세차게 허벅지를 부딪혔다. 진짜 너무 아팠다. 미끄러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으로 감사한 일이다. 대강 씻고 나와 물을 좀 마셨다. 계속 빙글빙글 도는 어지러움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아까 그분이 나오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드리고 방으로 돌아왔다.
하루 지난 멍 자국 거의 십 센티?
어떻게 방으로 돌아왔는지도 희미하다. 배가 고파서 그런 걸까 싶어 어제 사 둔 딸기크림빵과 녹차를 같이 먹었다. 그럼에도 계속 어지럽고 힘이 없었다. 어제 편의점에서 더 많이 샀어야 했는데... 후회가 되었으나 늦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궁금해서 온천 현기증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 보았다. 생각보다 많은 글이 있었다. 우선은 온천에 몸을 담글 때 너무 오래 있으면 부정적인 질소 균형을 일으켜 저혈당으로 인한 현기증과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원래도 저혈압인데 이것이 같이 작용을 했을까 싶고. 다음은 온천에 각종 비타민과 미량 원소가 풍부하여 몸의 내부 환경에 약간의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온도차로 인한 히트쇼크도 있었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가는 순간 혈압이 높아지고 입욕이 끝난 후 일어날 때 혈압이 내려간다는 것이다. 이때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은 단순히 가벼운 현기증을 겪지만 고령자 및 혈관질환을 보유한 사람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니 결론은 저혈압에 사십대 중반인 나는 예전처럼 젊지 않으니 이제는 온천욕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아.
수영장에 들어갈 때 준비운동하고 몸에 물을 끼얹고 들어가는 것처럼 온천에 들어갈 때도 스트레칭을 하고 따뜻한 물로 몸의 온도를 충분히 높인 다음 입욕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나올 때도 후다닥 나오지 말고 서서히 움직여 몸의 부담을 줄이고. 한숨이 한 번 더 나왔다.
오늘은 아쿠아리움에 가보고 싶었는데 이 상태로는 어디도 못 가겠다. 그냥 다시 누워서 잠을 자는 것이 낫겠지 싶어 누웠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칸데오호텔 스파가 내츄럴핫스프링이 아니라는 댓글을 주셨는데 이 부분이 저도 확실치는 않습니다. 오사카온천호텔로 검색해서 간 부분이라 이 부분 감안해서 읽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