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로필

by 여울

항상 목표가 있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목표를 설정하는 것과 목표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고 보다 구체화하면서 나아가는 시기를 살고 있다.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나의 일 년은 학교 일정과 떼어 놓을 수 없고 그 시간대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것이 나의 생활을 구분 짓는 가장 큰 윤곽선.


그리고 보통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따라서 기간을 나누고 그 목표를 이루고자 충실하게 지낸다. 2월까지는 수채화 책을 끝내고 한 단락을 완성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면 3월은 6학년 담임으로서의 한 달을 충실하게 세우는데 온 정성을 쏟았다. 그리고 이제 4월이 다가온다.


사실 내 삶의 크고 작은 목표들 가운데 전혀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바디프로필 촬영이다.

바디 프로필에 대해서 워낙 부정적인 기사를 많이 보기도 했고 딱히 그렇게까지 절실하게 노력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나의 평소 생각이어서 필라테스 단톡방 분들이 바디 프로필 이야기를 했을 때만 해도 '다른 분들은 하시면 좋겠네요. 나는 안 할 거야.'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어... 하는 순간 나는 바디 프로필을 함께 해야 하는 책임을 진 사람이 되어 있었고, (여기까지 오기까지 과정은 아직 다루지 않았기에 추후에 따로 쓸 예정입니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식단과 운동 조절에 참여하게 되었다.


12월 말에 크게 다쳐서 운동을 2달 가까이 쉬면서 식단과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한 몸매는 사실 초심을 좀 잃은 상태여서 한동안 58kg대를 잘 유지하다가 어느 사이 60kg을 넘나드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끊었던 케이크와 쿠키를 한 입씩 즐기는 것이 좀 컸던 것 같다.


지금 먹는 행복이 가득한데 이것을 끊고 다시 혹독한 식단과 사이드 시퀀스를 들어갈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 났지만 좀 울면서 겨자 먹는 기분으로 시작했다. 2주가 참 힘들었다. 놓았던 운동의 강도를 서서히 올리면서 좋아하는 케이크를 끊어내기가 얼마나 힘든지...


완전히는 못 끊고 주 1회 한 번 반 조각 정도로 줄여나갔고 서서히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몸무게의 큰 변화는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주. 본격적인 과정이 시작되었다. 굶지는 않지만 식이 제한을 엄격하게 하면서 옆구리 운동을 추가로 하다 보면 본 운동 외 3, 40분이 그냥 갔다. 이걸 정말 해야 하는 걸까.... 하면서 겨우겨우 했는데 일주일 지난 오늘. 체중도 드디어 58kg대로 다시 진입했고 옆선도 서서히 잡혀가고 있으며 식탐도 줄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단 것을 그냥 먹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이다.


그리고 이제 5주 남았다. 1주를 잘했으니 남은 1주를 잘 지내보자는 마음이다.


목표를 세울 때는 큰 가지를 잡아보지만 그 이외의 과정은 잘게 나눈다. 길게 통으로 보고 거기까지 한 번에 가려고 하면 너무 힘들다. 당장은 오늘 하루 잘 지내는 것. 그렇게 하루씩 쌓아서 일주일을 잘 지내는 것. 그렇게 한 달이 채워진다. 일 년이 채워진다.


다만 올해의 다짐은 좀 다르다. 수없이 얼기설기 겹쳐져서 엮어져 가는 크고 작은 목표들 가운데 늘 미뤄오던 한 가지를 꺼냈다. 바디 프로필을 찍고 나면.... 공부를 할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마흔이 되면 박사과정에 들어갈 거야.'라고 수없이 다짐을 했다. 막상 마흔이 되니 돌봐야 할 아이가 넷이고 다 어렸다. 생활고도 쉽지 않은데 나 혼자 좋자고 내 공부를 하는데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지불할 수 없었다. 그렇게 조금씩 보내다 보니 이제는 또 아이들이 애매한 나이가 되어서 다시 십 년을 기다려 막둥이가 대학 때까지 가야 하나.... 싶은 시점이 왔다.


그럼 내 나이 오십 중반.... 안 되겠다. 그때 가서 준비를 시작하면 늦는다. 지금부터 길게 2년에서 4년을 잡고 내가 할 수 있는 공인영어시험부터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당장 1등급을 받으려면 안된다. 시험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다이어트만큼 길게 봐야 한다. 바디 프로필을 6주 만에 찍을 수 있는 것은 이미 그 이전에 1년간 천천히 제대로 쌓아온 다이어트력이 있기 때문이다. 나랑은 전혀 인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바프를 찍을 수 있는데, 그럼 다른 일도 충분히 할 수 있겠지.


나의 진짜.... 목표는 유학. 너무나 가고 싶었는데 사정상 접어야 했던 그 공부. 처음부터 바로 미국 대학교로 가려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직장을 다니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단계부터 차곡차곡 밟아갈 예정이다. 그렇게 쌓아서 마지막에 어느 순간 기회가 주어져도 받아들일 수 있는 단단한 바탕을 만들어 두기.


그것이 3월의 마지막 주에 다잡는 나의 새로운 마음. 새로운 목표.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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