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람차를 탔던 헵파이브역 옆에는 역시 거대한 아케이드가 두 곳이나 있었다. 하나는 돈키호테도 같이 있어서 슬쩍 둘러보았다. 일본의 뽑기 기계는 우리나라와 좀 다르다. 우리나라는 마구 쌓아놓고 뽑는 형식이라면 일본은 이렇게 단 하나만을 세팅해 놓는다.
우메다 역에 있는 돈키호테는 가격이 조금씩 비싸서 결국 다시 난바 근처의 돈키호테로 왔다. 조금 떨어진 신 돈키호테가 그래도 사람이 적었다. 구 돈키호테는 밤에도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늦은 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라면 낮과 저녁에는 얼마나 더 몰릴지 발을 들이고 싶지 않다. 아이들은 내게 곤약 젤리와 초콜릿을 사달라고 했고 특별히 가운데 있는 커스터드푸딩크림 마시멜로는 둘째의 신신당부가 있었다. 직원에게 그림을 보여주면서 물어보는데 모른다고 했다. 난감해서 편의점에라도 가야 하나 싶었는데 뒤를 돌아서자마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이 보였다. 핫. 직원은 정말로 무신경했다. 그럼 그렇지. 이게 요새 핫 아이템이라는데 없을 리가 있나.
아이들마다 좋아할 선물을 골랐다. 첫째와 둘째에게는 좋은 이어폰을 (이미 블루투스를 세 세트나 가지고 있지만 선이 있는 게 좋다고 했다.), 동생에게 주기 위한 도라에몽 과자 세트와 손톱깎이, 그리고 용각산을 좀 샀다. 셋째와 넷째는 마땅한 것이 없어서 조금 고민하다 하루 더 미루기로 했다.
일본에 왔으니 라멘을 한 번은 먹어야겠다. 한국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이치란. 독서실 식당으로 유명하다던가. 지난번 아이파크몰에 가니 이치란 라멘을 팔고 있기도 했다. 칸막이에는 이런 팻말이 매달려 있었다. 일본어와 영어, 한국어가 쓰여 있어서 편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주문서를 받아서 완성이 되면 이렇게 대나무 발이 올라가고 라멘이 서빙이 된다. 혼밥 하기 정말 좋은 구조다. 일행과 같이 온 분들도 있는 것 같지만 여기서는 어차피 혼자 먹어야 하는 것. 옆 사람과 대화도 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조용히 라멘을 즐기고 가시라.
원래 돈코츠 라멘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았다. 국물이 좀 느끼하기도 하고 많이 먹기에는 힘들어서 소유 라멘이 나는 더 좋았다. 이치란은 국물의 정도도 고를 수 있었다. 국물은 조금 연하게 하고, 느끼함을 잡기 위해 마늘을 별도로 추가하고 항상 모자란 단백질을 위해 차슈와 계란도 추가했다. 물만 마실 수 있지만 호텔에 남아 있던 녹차 티백을 가지고 와서 나는 녹차로 즐겼다. 기름진 국물에는 녹차가 제격이지. 반숙이 된 계란도 딱 내 취향이었다. 국물은 연하게 했더니 느끼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런 돈코츠 라멘이라면 나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겠다. 입구에서 건면으로 팔고 있어서 살까 고민도 했으나 일단 그냥 왔다. 아이들에게 줄 젤리로 이미 두 손이 무거웠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사실 조금 무섭긴 했다. 여전히 사람들은 있었지만 비가 와서 그런 탓인지 어제보다 이른 시각이었음에도 현저하게 숫자가 적었다. 곳곳에 코스튬 차림의 예쁜 아가씨들과 화장을 한 젊은 미청년들이 서 있었다. 나중에 친구한테 이야기하니 호스티스라고 했다. 나는 그냥 코스프레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밤에 보였구나 싶었다. 어쨌거나 최대한 시선을 앞으로 하고 곧장 호텔로 오는데 집중했다.
오늘 아침의 교훈을 바탕으로 호텔에 가기 전 편의점에서 어제보다 많이 샀다. 사과 요구르트와 딸기크림빵, 크레이프 롤, 그리고 푸딩. 그리고 기어코 온천에 한 번 더 갔다. 고민고민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한 번만 갔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이번에는 물도 미리 충분히 마시고 무조건 천천히 조심해서 움직였다. 탕에서 머무르는 시간도 짧게 했더니 괜찮았다. 그리고 정말로 깊은 잠을 달게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