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의 통증이 약화되어서 거의 나았나 싶었어도 몸은 힘들었다. 조금 걸으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고 피아노를 치려고 하면 팔이 덜덜 떨려서 반주도 어떻게 했나 모르겠다. 계속 어지러워서 철분제를 날마다 먹었지만 딱히 효과가 있지는 않았다. 그렇게 아플 만큼 아프고 나니까 이제 서서히 회복되는 것이 느껴진다.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고 꼼짝없이 누워만 있지는 않았다. 책을 조금씩 빼서 정리하고 불필요한 짐을 조금씩 빼내었다. 꽉 차 있던 책꽂이에 공간이 서서히 생기기 시작했고 아이들 옷장도 한결 가벼워져서 옷을 찾고 정리하기가 수월해졌다. 책도 계속 읽었고 글도 계속 썼다. 그리고 이제는 일본어를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전 일본에 갔을 때보다 영어가 잘 통하긴 했다. 한국말을 하는 직원들도 많아서 편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만난 분들은 여전히 일본어로 이야기하셨다. 조금씩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좀 더 잘 알아듣고 좀 더 잘 전달하고 싶었다.
원래 아파도 아프기만 하지는 않았다. 항상 뭔가를 하려고 했었다. 다만 하고 나면 기력이 소진되는 느낌이 들 때가 간혹 있었다. 이번에는 힘은 들지만 새로움에 대한 갈망과 의지가 솟아난다. 이미 뭔가를 많이 하는데 불필요하게 일을 늘리려는 것은 아니다. 힘에 부치게 과도하게 늘리려는 것도 아니다. 원래 해야 했던 일, 당면한 과제들을 조금 더 역동적이게 추진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리고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것들에 대한 보다 뚜렷한 동기가 생겼다.
일상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은 귀했다. 몇 시간이 아니라 온전하게 비록 만 이틀 정도밖에 안 되는 사흘이었을지라도 필요했다. 내게 주어진 역할이라는 이름에서 벗어나서 그냥 '나'로만 있을 수 있었던 공간과 시간. 낯섦 속에서 발견한 낯익음. 그 속에서 또다시 내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 아마 올여름에도 나만의 여행을 가기는 힘들 것이다. 여름방학의 일정은 가족들의 일들로 늘 빼곡했다. 일 년 후 맞이할 또 다른 나만의 시간을 위해서 또 충실하게 감사함으로 일 년을 잘 채워가 보자.
2박 3일의 짧은 오사카 여행기를 마칩니다. 12편의 글이 담겨서 하나의 매거진으로 완성이 되었네요. 다음 번 글은 비록 단편적이지만 제가 추천하는 코스 정리를 부록처럼 하나 넣으려고 합니다. 다음 번에도 이렇게 글로 여행을 담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