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할 수 있을 듯 무엇이든 할 수 없을 듯
꽉 찬 월요일. 수업까지 꽉 채워서 점심시간도 짧아졌다.
셋째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을 위해서 조퇴를 하고 나오는 길. 햇살이 참 좋고 남의 학교 울타리도 참 포근해 보이더라. 5분 더 기다려서 시작된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은 감탄사 그 자체였다.
나도 나름 준비한다고 하지만 이 분의 철저함은 정말 못 따라가겠다. 동시에 우리 아이 삶이 빡빡하지만 굉장히 알차게 흘러가겠구나 싶어 정말로. 너. 무. 좋았다. 처음엔 15분도 길겠지 했는데 (정말 어떤 선생님과는 10분도 안 되어서 이야기가 끝나기도 한다.) 30분을 꽈악 채웠는데 선생님 말씀. 2학기에는 더 많이 말씀하시겠다고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나오는 길 기분이 너무 좋아서 오늘은 집에 와서 완벽 청소를 하고 아이들과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내리라 생각했다. 청소는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한데 보통은 주 1~2회 정도만 가능하다. 일단 밥부터 올리고 반찬들을 준비하고 기운차게 청소 준비를 하는데, 아차차..... 해야 하는 일들과 연락할 일들이 생각났다. 조금씩 밀리기 시작한 순서는 기운찬을 기운 적어짐으로 바꾸고... 저녁을 먹고 나서는 그만 살짝 눈을 감는다는 것이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진정한 하루는 그때부터 시작이 되었으니... 정말 예상치 못한 우리 반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학년부장님, 생활인성부장님과 차례로 통화를 하는 가운데 셋째 픽업을 하러 가야 했고 통화는 집에 와서도 내내 계속되었다. 그리고 톡을 확인하다가 다른 학부모님께 온 연락 중 미처 확인이 안 된 부분이 있어 또 이런 부분은 양쪽 어머니와 통화하고, 그 와중에 큰 아이의 연애와 결별 이야기, 둘째가 실수로 친구를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이야기, 막둥이와 책 읽기 시간에 셋째 영어까지 봐주니까 11시.
일단 딸들이 사춘기에 겪는 문제들로 힘들어하고 울 때 옆에서 안아주고 괜찮다고 토닥여 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어 엉엉 울 수 있는 어깨가 되어 준다는 것. 그리고 내 딸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은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우리 반 아이들의 문제는.... 눈에 여기저기 얼기설기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부분들을 어떻게 잘 엮어 나갈지.... 그리고 다른 사람을 무심결에 아프게 하는 그런 마음을 소유하지 않기를.... 정말 오늘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했다. 다친 아이가 잘 회복되기를. 후유증이 남지 않기를. 제발. 그리고 다치게 한 아이도 마음이 무디어지지 않고 본인의 잘못을 깨달아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의 소유자로 자라가 기를.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집안 청소는 결국 못하고 어질러진 상태로 되어 버리는구나. 어제 야심 차게 설정한 유학 준비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시간이 내게 존재할까?라는 의기소침한 마음도 들었다. 마음이 이렇게 얇다. 사람으로 위로받고 사람으로 상처받는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무엇이든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우울했던 저녁 그리고 밤.
부디 모두들 이 과정을 잘 이겨낼 수 있기를.
그리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되기를.
내가 그 사람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밤이다.
#별별챌린지 #글로 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