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드디어 첫 공식 경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아침 일찍 야구장으로 가기 위해 학교로 모였다. 나 역시 출근 전에 아들을 데리고 아들 학교에 들렸다. 7시 40분 집합이었지만 차가 하나도 안 막혀서 7분 만에 도착했다. 이리저리 챙겨 주고 나니 아이들은 미니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첫 경기라서 나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
10시 반에 경기가 있을 예정이고 유튜브 링크로 화면을 볼 수 있지만 현장이 아닌 이상은 경기의 흐름을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아이는 선발투수였다. 정말이지 얼마나 마음이 조였는지 모른다. 상대팀은 베일에 싸인 잘 알려지지 않은 팀이었다. 대부분의 초등학교 야구팀이나 유소년야구팀들은 연습경기를 통해서 혹은 공식경기를 통해서 어느 정도 전력이 파악이 된다. 하지만 이 팀은 알려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신생팀인 것일까? 그래도 강남에서 왔으니 잘하지 않을까? 막연한 추측만 가지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단톡방에 올라오는 경기 스코어를 보았다. 현재 스코어 1:0. 우리가 실점인가 득점인가. 우리의 득점이라고 한다. 다행스럽게 아들은 무실점인 것이다. 그렇게 3이닝까지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3:2로 경기는 끝났다. 첫 경기 첫 승이다!!!!
정말 눈물 나게 기뻤다. 감독님은 손가락까지 떨리셨다고 한다. 우리 학교는 작년에 승리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6학년이 1명뿐이고 나머지는 야구를 갓 시작한 5학년들이 대부분이었으니 오랜 시간 합을 맞추고 훈련을 통해 기초를 다진 다른 야구팀들과는 사실 비교하기가 무리였지만 그래도 진 것은 진 것이다. 1년 남짓이지만 차근차근 실전을 통해 다져온 아이들은 집중했고 노력했다. 그 결과가 첫 승으로 나타났다.
다음 날은 나도 따라갈 수 있었다. 상대팀은 잘하기로 유명했고 연습 경기 때도 우리는 이 팀을 이긴 적이 없었다. 오늘은 다른 친구가 선발투수였는데 1이닝에 4점을 주면서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은 공격도 제대로 못한 채로 이닝이 종료되었다. 그러다 한 번 흐름이 트였지만 경기의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웠다. 투수들까지 흔들렸다. 두 번째 투수하는 친구가 계속 흔들려서 다시 아들이 5이닝에 마운드에 섰다. 하지만 결과는 8대 2로 대패. 수비까지 흔들리면서 하지 않아야 할 실수는 상대팀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사실 이기리라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점수를 내었다면, 최소한 실점을 줄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경기. 우리 학교를 비웃었던 팀과의 경기였다. 작년에 그렇게 패배를 휩쓸고 다녔으니 못하는 학교로 알려졌을 수도 있다. 아들은 세 번째 경기에도 선발이었다. 그러나 3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5점의 점수를 주었다. 2점은 수비 실책이라고 하지만 뼈아픈 것은 사실이다. 경기를 지켜보던 부모님들은 오늘은 지나 보다는 생각에 맘을 졸였다고 하신다. 그러나 4이닝부터 아이들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고 경기는 극적인 승리인 7대 5로 끝났다. 나는 경기를 지켜볼 수 없는데 단톡방은 조용하기만 해서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조심조심 친한 어머니께 여쭤 보니 이겼다고 하는데 다들 너무 좋아서 경황이 없어서 소식도 안 전했다고 한다. 그렇게 세 번째 경기를 마치고 우리는 가뿐하게 회식장소에서 만났다. 아이는 맘을 졸인 탓에 다소 풀이 죽어 있었다. 정말이지... 이겼으니 망정이지 졌으면 나는 땅을 파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미 땅을 많이 팠었다.)
오늘 레슨을 받으며 코치님께 말씀드리니 팔이 내려가 자세가 조금 흐트러져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몸을 사용하는 모든 것은 자세가 중요한데 자기도 모르게 흐트러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제 예선전이 종료되기까지 남은 경기는 두 개. 한 팀은 작년에 우리 학교처럼 6학년이 적어 상대적으로 쉽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항상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상대하는 팀은 잘 알려진 명문팀이라 이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임해야 하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나는 또 목요일 경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음을 잔뜩 졸이고 있겠지. 아아.... 진짜 야구가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