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잠이나 좀 자면 안 되겠니
아니야..... 미안해....
아아닛????!!!! 왜 시간이 갑자기 1시간이 늘어난 거지!!!!
여유롭게 아침에 눈을 뜬 나는 식겁했다. 분명히 어제 예상 시간을 측정했을 때는 1시간 50분으로 아주 넉넉했는데 순식간에 2시간 50분으로 늘어난 것이다. 서둘러 채비를 하고 아이와 집을 나섰다. 오늘부터 홍천에서 무궁화배 우수클럽 초청 야구대회가 있는 것이다. 우리 팀 집합 예정 시각은 10시 30분. 경기는 12시 시작이었다. 홍천은 이제 너무 자주 가서 어디로 가야 빨리 갈 수 있는지 대강 루트는 알고 있었다. 일단 고속도로는 절대로 타면 안 된다. 국도가 그나마 나은 대안이었다. 지난번에도 다른 분들은 다섯 시간씩 걸려서 겨우 도착하실 때 나는 2시간 만에 도착해서 이번에도 좀 안심을 했었던 것 같다.
시간은 계속계속 늘어났다. 10시 51분 도착 예정일 때도 내 속도라면 10시 반에는 무난하게 도착하리라 생각했다. 특별히 운전을 엄청나게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정 속도로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어느 때 속도를 올려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1시 5분, 11시 15분, 11시 21분까지 늘어나자 아들은 더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렇잖아도 늘어나는 시간 때문에 나도 마음이 불안한데 뒤에서 아들까지 “왜 자꾸 시간이 늘어나는 거야. 아니 왜 저 차는 안 가는 거야.”라고 계속 말하기 시작하자 나는 드디어 버럭하고 말았다. “괜찮아. 엄마가 어떻게든 시간 안에 갈 수 있도록 해 볼게.”라고 부드럽게 말하다가 “제발 자라. 좀!!!” 소리를 버럭 질렀으나 아이는 결국 뒤에서 한 번도 잠을 자지 않았다. 보통은 1시간 이상 푹 자고 일어나는데 잠이 모자라는 건 아닌지, 아니면 저렇게 마음을 졸인 상태로 도착해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머니! 지금 어디 정도 가고 계세요?”
친구 ㅇㅈ이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희 지금 남양주 시내를 꼬불꼬불 돌아가고 있어요. 어머니는 어디세요?”
“저희 아직도 하남이에요.”
ㅇㅈ이 어머니는 도착 예정 시각이 12시 20분으로 뜬다며 잔뜩 울상이 된 목소리로 상황을 전했다. 큰일이다! 그때쯤 나는 난생처음으로 중앙차선을 넘어 느리게 가는 트럭을 추월했다. 절대 중앙선을 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지만 앞이 텅텅 비어있는 1차선 국도를 시속 30km로 가는 트럭 뒤를 따라서 10분 이상 달리다 끝내는 인내심이 바닥나고 말았다. 시간은 다시 10시 50분으로 줄어들었다.
걱정이 된 아들은 친구들에게 어디인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의 상황이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아주 양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착 예정 시각이 11시는 기본으로 넘었던 것이다. 6시에 출발하신 분, 7시, 7시 20분경 다들 우리보다 일찍 출발했는데 어찌 된 셈인지 다들 우리보다 늦었다. 의도치 않게 나는 또다시 우리 학교 야구부팀의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어 있었다. 8시에 출발했는데 10시 55분 정도 도착했다. 자칫하면 기권패가 될 수도 있을 법한 아슬아슬한 상황이었고 몸을 충분히 풀 시간도 모자랐고 아이들은 늦을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심리적으로도 여유가 없었다. ㅇㅈ이는 다행히도 12시 15분 정도에 도착을 해서 4이닝에는 필드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늦게 도착한 결과는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선발투수였던 아들은 1회에 3 실점, 2회에 1 실점을 했고 다른 선수들도 수비 실책이 계속 나왔다. 거기에 몸이 충분히 풀리지 않은 아이들은 3이닝까지 제대로 타격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3이닝에 1점 득점을 시작으로 4이닝에 들어서 파죽지세로 3점을 득점하면서 드디어 몸이 풀리는가 싶었는데 경기는 그대로 종료되었다. 초등야구는 보통 6이닝, 그리고 4회에 7점 차가 콜드 게임의 요건인데 이번 대회는 정확하게 시간을 한 시간 반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니 후반대에 몸이 풀려도 앞에서 점수를 얻지 못하면 기회가 없는 셈이다. 그렇게 7대 4로 경기는 아쉬움을 남긴 채 종료가 되었다. 상대팀 학교처럼 여유 있게 도착해서 여유 있게 몸을 풀고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실점이라도 적게 했으면 동점으로 다음 이닝을 노려볼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나 혼자 늦는 거면 차라리 나은데 모두가 다 같이 늦으니까 마음이 더 불안해.”라는 것이 아들의 말이었다. 너라도 일찍 도착할 수 있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다음엔 아예 일찍 출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