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울 Apr 04. 2023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바다 같은 기쁨 내게 바다 같은 기쁨 넘치네


어릴 때부터 많이 듣던 노래 가사인데 그때는 이 가사가 찬송인 줄은 잘 몰랐다. 커서 생각해 보니 평화가 강처럼 가득하고 기쁨이 바다 같이 넘친다면 정말 좋겠다.


학부모 상담 주간이다. 처음에 우리 반 아이들을 보았을 때는 순진함과 순수함이 한가득하고 밝음이 가득한 귀여운 아이들로 보였는데 처음의 긴장이 조금씩 가시면서 아이들의 모습이 조금씩 더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그 안에서 보이는 크고 작은 여러 가지들이 보이면서 내가 지고 가야 할, 그리고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학부모 상담 주간 이틀 째, 어머니들의 아픔을 마주한다. 눈물을 마주한다. 아이들이 가진 마음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몸의 불편함들.... 심지어 큰 대학 병원을 여러 곳을 다녀도 원인을 규명할 수 조차 없는 병을 앓고 있는 아이도 있다.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이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가 보인다. 어떻게 내가 도와줄 수가 있을까. 오랜만에 맡는 6학년 담임은 정말이지 과제가 너무 많다. 단순히 학을 습하게 도와주는 것 이상으로 작은 활동 하나하나도 아이들의 마음과 몸의 상태를 체크해서 계획하고 구성해야 한다. 어제오늘 여섯 분의 어머니와 상담을 하면서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르겠다.


25명의 아이들 중 22분이 상담을 신청하셨는데 감사하다. 좀 힘들긴 하다. 수업 준비와 다음 주에 시작할 여러 가지 활동에 대한 계획서와 준비물 구입 등도 바쁜데 수업이 끝난 후 주어지는 오후 2시간을 온전히 상담에 쏟고 나면 자연히 퇴근은 늦어지게 된다. 내 아이들도 밥을 지어 먹여야 하는데 오늘은 그만 7시가 넘어서 집에 왔다. 다행히 신랑이 집에 잠시 들러서 아이들에게 치킨을 시켜서 먹이고 다시 일하러 나갔다. 마지막 상담 때 오열하는 한 어머니와 나도 함께 울었더니 머리가 멍하고 기운이 없었다.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치킨을 그냥 먹었다. 먹고 잠시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아서 다시 일어나 집안일을 시작한다. 셋째 공부를 봐주고 넷째 머리를 감겨주고 둘 다 머리를 말려주고 둘째랑 학교 공지사항도 챙기고 첫째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니 11시가 넘었다.


나도 아이들도 그리고 아이들의 부모님들 모두 단단해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토록 수많은 과제들이 동시에 주어지고 조심조심 엉키지 않게 섬세하게 펼치고 엮어야 하는 가느다란 자락들이 열 손가락을 넘어서 양팔과 발에까지 다 걸려 있는 나를 보면서 부디.... 강 같은 평화를.... 이 모든 과정은 결국 바다 같은 기쁨이 우리에게 넘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길들일 터이니. 아픔일지라도 감사로 받아들이고 나아가자. 감당할 수 있는 고통만 주신다고....


C.S. 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 보면 이런 부분이 나온다. '우리가 한 가지 선행을 행하고 나면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보다 더 힘들고 보다 더 훌륭한 과업이 우리 앞에 놓이게 마련이라는 것.' 잘 해낸 것에 대한 보상이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 더 힘들고 어려운 과제가 주어지는 것이라니. 너무하지 않은가.

그러나 생각해 보면 또한 맞는 말이다. 우리에게 다음 단계로 나갈 자격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당면한 이 시험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또한 강 같은 평화는 역동하는 평화이고 바다 같은 기쁨은 높은 파도와도 같은 기쁨이다. 그저 잔잔하게 흐르는 강과 바다가 아니라 살아서 움직이고 굽이굽이 흘러가면서 물보라가 튀고 거세게 솟구치기도 하는 그 과정을 모두 끌어안은 그런 강과 바다. 그런 평화와 기쁨. 그러니 이미 나는 그러한 평화와 기쁨 가운데 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매거진의 이전글 사이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