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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Mar 29. 2023

사이에서

어제 있었던 각각의 일들은 하나만으로도 글 한 편 이상의 분량을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이렇게 휘몰아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거센 폭풍우는 오늘도 여전히 몰아쳤다.


그중에서 가장 큰 사안은 우리 반 두 아이가 관련된 일이었다. 다친 아이의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면 내 마음도 같이 녹아내리고 다치게 한 아이의 어머니를 생각해도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두 아이를 생각하면..... 아픈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끌어안아야 할지 한없이 안쓰러웠고, 또 다른 아이의 마음에 온기가 있는지 아니면 그 닫힌 마음을 내가 어떻게 열고 들어가 너를 아끼는 선생님이 있다는 사실을 전할 수 있을지 한없이 막막해졌다.


나는 그저 울고만 싶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결국 차 안에서 혼자 눈물을 흘렸다.


너를 어쩌면 좋을까. 어찌해야 좋을까.

막막한 이 상황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어루만지고 어머니들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 드릴 수 있을까.

나의 위로가 있다 한들 결국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그분들의 몫. 그래서 더없이 마음이 애가 타는지도 모르겠다고 느껴졌다.


습관처럼 틀어놓는 93.1에서 문득 들려오는 이야기.

음악가들의 삶에서 시련이 있으면 더 성숙해진다고 하지만 그것은 아니라고.

중요한 것은 그 시련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라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6시에 시작하는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는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굳게 서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너무나 당연한 말들이 가끔은 당연하지 않게 새롭게 느껴지고 힘을 줄 때가 있다.

꺾이지 않는 마음.

구부러진 길 모퉁이에서 무엇이 나올지 몰라 두근거린다는 빨강머리 앤의 말.

그것은 때로는 기쁨. 때로는 뜻하지 않은 설렘.

그리고 예상치 못한 고통과 슬픔이기도 하겠지만.

늘 생각한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은 또 나를 단단하게 키워가는 시간들이라고.

아픔을 겪으면 내 삶의 자락이 마디마디 도드라지더라도 곧고 윤기 나게 흘러 그 또한 고유의 아름다움을 품어내는 대나무와 같이 되리라고.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지켜갈 수 있으리라고.

그렇게 또 한 번 되뇌는 저녁.



#별별챌린지 #글로 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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