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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Apr 08. 2023

수채화에 젖어들다


별별챌린지를 하면서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제시어가 있어서 가끔씩 도움을 받는데 오늘의 제시어는 '정리'였다. 원래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면서 이와 관련된 미니멀리즘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마침 잘 되었다 싶었는데 글을 쓰다가 비워두었다.


재작년에 시작한 수채화는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다. 20년 전쯤 잠깐 했던 것은 그 후로 접었으니 제대로 한 것은 다시 최근이라고 하자. 교원학습공동체로 시작한 수채화는 조금씩 내 삶으로 들어와 젖어들었고 서서히 또 다른 하나의 취미로 자리 잡았다. 그림에는 꽝이었고, 취미로 하는 예술은 피아노가 주가 되는 음악이었는데 내가 그림을 그릴 줄이야.


그리고.... 올해부터는 아이들과 그려보기로 했다. 사실은 두려움이 컸다. 나는 미술 전공도 아니고 그림을 오랫동안 그려온 사람도 아니고 겨우 2년간 취미로 소소하게 그려왔을 뿐인데 감히...?


초심으로 돌아가서 제일 처음 그린 그림을 보고 교학공에서 나를 가르쳐주신 멘토 선생님의 영상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면서 다시 한번 공부를 했다. 다시 한번 그려보고 연습하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지도할 것인지를 복기했다. 무슨 교생 실습도 아니고 공개 수업도 아닌데 이렇게 준비를 할 일인가 싶기도 했다. 그것도 이 바쁜 3월에.



처음 해 보는 아이들이고 연습하다 실패도 하고 시간에 쫓겨 맘대로 안 된다고 우왕좌왕도 했지만 이렇게 완성작이 나왔다. 주제는 밤하늘. 눈 내린 것 같기도 하고 달을 괜히 그렸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처음치고는 괜찮은 것 같다는 것이 우리 반 아이들의 전체적인 평.


그리고 동아리도 수채화 동아리로 했다. 제대로 아이들과 그려보고 싶었다.

수채화 동아리는 완전 처음 시작해 보는 아이들부터 학원을 조금 다니면서 그려본 아이들까지 다양했다.

조금 더 많은 예시를 보여줬는데 더 다양하게 나왔다. 확실히 두 번째 지도하면서 달라진 것이 보였다.


별을 뿌릴 때는 적당한 농도로 뿌려야 해서 까만색 도화지에 연습도 하고 뿌리게 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이제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교학공으로 수채화 동아리를 한다. 늘 받기만 했는데 이제 이제 감히 드리려고 한다. 이다음 그림으로 어떤 단계를 밟아가야 할지 정말 무수한 고민을 하고 공부를 하고 연습을 한다.


물 번짐을 좀 더 연습하고 그러데이션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할까. 아니면 잎사귀를 그려서 리스를 만들어 보는 연습을 할까. 이리저리 그림을 그려보면서 아이들에게 제일 쉽고 재미있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연습하면서 어떻게 설명을 하고 단계를 알려줘야 할지의 과정이 정리가 된다.


반복되는 연습과 고민. 그리고 같은 내용을 알려주는 실제의 반복. 그 가운데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가는 길이 정리가 된다.


가끔 어떤 목표에 도달할 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가는 길이 지난하여 나는 여기에 도착할 수 없는 사람인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다 보니 되더라. 운동도, 공부도, 음악도, 그림도. 내가 제일 못하는 집안의 단정한 정리도 계속하면 되겠지. 오늘도 깔끔한 책상과 거실 바닥을 꿈꾸며 버리고 정리한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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