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울 Apr 12. 2023

그 자리에 서 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오늘은 처음으로 교원학습공동체 수채화 동아리로 선생님들과 모이는 날이다. 2주 전 미리 재료를 준비하고 막상 받아보니 필요 없어서 반품하고 하는 과정들이 있었고 선생님들마다 사신 품목이 달라서 아직 물품가 계산을 못했다. (내일은 꼭 해야지.)


밤하늘 그라데이션 그리기를 세 번째 정도 하니 이제는 좀 그만 그리고 싶기도 하다. 내일은 수채화 동아리 아이들 데리고 은하수 그리는 것까지만 하고 이제 당분간 노을 지는 풍경과 별이 빛나는 밤하늘은 안녕이다.


원하시는 음료를 신청받아 주문하고 가서 결제하고 사 오고 (배달을 시키려다가 배달시키면 음료 가격이 더 비싸길래 그냥 나가서 사 오는 방법을 선택했는데 담엔 그냥 배달시켜야겠다.) 세팅하고 나눠드리고 설명하고... 다시 마무리하고 교실 정리까지. 쟁쟁한 선배님들 모시고 (우연히도 40대 중반에 접어드는 내가 막내라니!!) 하는 것도 엄청 부담이고 아직 비기너 레벨인 내가 얼마나 잘해 드릴 수 있는지도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2시간의 첫 모임이 끝나고 나니 그만 진이 쏙 다 빠져버렸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과는 또 차원이 다른 도전이었다. 그러고 나서 드는 생각이 나를 가르쳐 주신 멘토 선생님은 이걸 어떻게 다 감당하셨지???? 일단 내 교실을 쓰시기에 자리를 내어 드리고 정리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일뿐더러 이 작업을 하는 동안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설명을 해 드리고 붓 터치를 봐 드려야 하고 막힌 부분은 풀어드려야 하고 색감 구성도 자연스럽도록 적당한 포인트에서 살짝 넣어드려야 한다.


멘토 선생님은 올해 미술교육대학원을 들어가시고 그 외 여러 가지 사정으로 수채화 교학공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하셨다. 봐서 내년이나 후년쯤 다시 해 보자고 하셨는데 오늘해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배우는 2년 동안에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고 얼마나 애를 쓰셨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겪어보니 반의 반은커녕 십 분의 일도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한 이후로 해마다 크리스마스 수채화 카드를 만들어 그려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는데 올해는 스승의 날에도 찾아가야겠다.


어쨌거나 오늘 즐거웠다. 선생님들은 다음 주에 또 모이나요 내지는 2주에 한 번? 하시는데 솔직한 마음으로는 한 달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 생각하지만 일단은 3주에 한 번으로 일정을 잡아서 안내를 드렸다. 숙제도 드리고. 내가 정신이 없어 보였는지 단톡방도 알아서 만들어 주시고 정리도 척척척해 주셨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림에 마음과 내 상황이 반영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밤하늘 그라데이션을 완성을 다 안 하고 시범작으로 3분의 1만 완성하고 나머지는 오늘 같이 완성했는데 첫 번째 밤하늘은 별도 예쁘고 정갈한 느낌이 나는데 두 번째부터는 완전 회식의 잿빛 눈 같은 것이 휘날리고 있었다. 아.... 나 오늘 좀 버거웠구나.... 알았다. 수채화 교학공 때문이 아니라 수업과 다른 일들로 너무나 정신이 없었는데 그게 다 반영이 되었더라. 밤에 앉아서 글을 쓰면서 조금 가라앉혀본다. 이 정신없었던 나를 또 봐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선배 선생님들. 가르쳐 주시고 지금도 격려해 주시는 멘토 선생님. 내일은 또 다른 프로젝트로 동학년 선생님들 몇 분과 시작하는 모임이 있다. 나는 혼자서 빨리빨리 해치우는 것을 선호하는 타입인데 나이가 들면서 빠름의 능률보다는 천천히 함께의 영향력을 경험하고 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의 힘을 느끼는 매일매일이다.


God's in his heaven,

All's right with the world.


이 밤. 모든 사람에게 평안과 평화를.

매거진의 이전글 수채화에 젖어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