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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Aug 25. 2024

시작 6개월 만에 필라테스 광고 모델이 되다

마흔이 되었다. 복직을 하면서 움직임이 많아지다 보니 살이 조금 빠지긴 했다. 그리고 누구나 잘 아는 코로나. 코로나로 인해서 한 때는 10kg까지 늘어났다. 70kg이 넘으면서 몸이 무거워지고 옷도 점점 입기가 힘들어졌다. 그때 6개월 잘하면 환급도 해 주고 도구도 준다는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환급이라니! 아줌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6개월 간 그럭저럭 하기는 해서 살이 3kg가 빠지긴 했는데 이게 애매했다. 걷기도 병행을 했기 때문에 빠진 건지 어쩐 건지를 모르겠다.


환급도 애매해서 그냥 어어어어 하는 사이에 기간은 지나 버렸고 나는 고민이 되었다. 그때 또다시 눈을 사로잡은 한 온라인 필라테스 광고를 고민 끝에 결제했다. 나를 위해 매달 결제를 하기는 고민이 되지만 진짜 필라테스에서 배우는 한 달 가격으로 평생 무료라는 말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어야 했다. 어쩌다 한 번은 모르겠지만 운동을 하기 위해 아이들만 두고 몇 시간씩 정기적으로 집을 비울 수도 없었고 그에 대한 비용을 나를 위해 지불할 수는 없었다. 아이들 학원비가 얼마인데. 운동은 힘들었다. 나는 내가 그래도 근육이 조금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해 보고 나서 알았다. 정말 근육이 없다는 사실을. 천천히 하는데도 힘들었다. 이번 강의는 지난번보다 체계적으로 짜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30분씩, 40분씩 운동을 하면서 초급 과정을 마치고 중급과 고급까지 도전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그때까지는 식단은 생각하지 않았다. 운동 자체만으로도 힘든데 식단까지 어떻게 병행한다는 말인가. 그런데 중급을 하다 보니 어느 사이 근육이 조금 붙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코로나에 걸렸다. 나는 언제든 식욕이 왕성한 사람인데 난생처음으로 지독하게 아프면 밥을 못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코로나 기간 동안 살이 3kg 빠졌다. 안 먹으면 빠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코로나가 끝나고 입맛은 다시 돌아오면서 체중은 다시 회복이 되었지만 식단도 가능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식단을 하면서 운동을 하니 조금 더 효과적이었다. 굶는 다이어트는 절대로 있을 수 없었다. 현미밥과 닭가슴살, 두부와 샐러드 위주로 먹으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조금씩 늘려갔다. 5개월 동안 7kg이 빠져있었다. 사람들은 내게 어디 아픈 건 아니냐고 물어보았다. 그만큼 살이 빠져서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은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살이 그냥 내려서 비실비실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활력이 넘치는 건강하고 날씬하게 라인이 잘 잡혔다. 이렇게 되니 내가 수업을 들은 온라인 강의 선생님은 내게 광고를 부탁하셨다.


11월, 나는 그렇게 필라테스를 제대로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광고를 찍었다. 크롭티를 입고 허리 라인을 드러내면서 왜 이 강의가 좋은지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단지 날씬해져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운동을 하면서 얻은 것이 많았다. 나는 항상 체중이 늘었다 줄었다가 잦았기에 그만큼 옷들도 많았다. 임부복도 여러 벌 가지고 있다가 겨울에는 그 옷들을 입는 것이 몸도 마음도 편했다. 그런 옷들을 싹 정리하니 옷장이 한결 가뿐해졌다. 그리고 삶의 물건들도 정리하고 싶다는 의지도 생겼다. 그 광고는 인스타그램을 타고 퍼졌다. 나는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지인들이 보고는 광고 잘 봤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건강해졌다는 것이다. 늘 비염약을 달고 살았는데 극심한 환절기에 딱 한 두 번만 약을 먹으면 되었다. 그리고 생리통도 약해졌다. 약을 자주 먹었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약을 먹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지금은 첫날 많아야 두 알 정도, 괜찮을 때는 먹지 않을 때도 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요실금이 있었는데 그 요실금도 없어졌다. 아이들에게 줄넘기 지도를 할 수 없었던 내가 이제는 자유롭게 점핑 동작을 보여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언니들이 사십 대는 살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는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운동을 해서 건강해지고 나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두 번 정도 다시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한 번은 많이 다치는 바람에 운동을 중단하면서 살이 다시 찐 것을 급하게 바프를 찍느라 뺐더니 반동이 왔던 것과 그래도 많이 찌지 않아서 괜찮겠지 하고 운동을 게을리했는데 그랬더니 비염이 다시 심해졌다. 해 보니 알았다. 운동이든 뭐든 작정하고 하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해는 운동에만 전념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발레 이후 운동이 재미있다고 느낀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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