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운 여름날, 아이들은 야구를 한다. 한참 덥다는 말로도 모자랐던 8월 초에도 아이들은 야구를 했다. 이 더운 여름날, 굳이 정식 대회를 진행해야 하는지 정말 많은 생각을 했지만 대회가 진행이 되니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강원도로 갔다. 그리고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조금 선선해졌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에어컨이 없으면 지내기 어려울 정도로 더운 날이다. 12시에 도착해서 시작할 때까지 2시간을 기다렸고 드디어 더위가 한창 정점인 2시에 셋째가 속한 팀의 경기가 진행이 되었다. 오늘은 정식 해설캐스터와 양 팀에서 아버님 한 분씩 나와서 같이 해설을 하고 TV 채널에서 방영도 하는 무게감도 있는 경기였다.
아이는 4번 타자. 요새 한참 타격에 감을 잡고 있어서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력은 투구이다. 시작은 좋았다. 주자가 두 명 나가 있는 상황에서 볼을 세 개까지 잘 골라냈고 이후 타격을 계속하면서 드디어 아홉 번째 공에서 안타를 때려 만루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 5번 타자가 잘 쳐서 2 득점을 했는데 그만 거기서 계속 달리다가 아웃이 되었다. 그래도 타자들이 잘해서 기분 좋게 시작을 했다. 이닝 교체. 원래 투수를 잘하지 않던 친구가 선발로 출전했는데 거기서 그만 6점을 주고 말았다.
그리고 2회 공격도 좋았으나 무득점. 그리고 2회 초 수비부터는 우리 아이가 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그리고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함께 하는 선수들의 수비가 돋보였다. 그렇게 아이는 3회까지 1 실점을 하면서 잘 지켜냈다. 아들이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가 있는 그 순간은 정말 피를 말리는 것 같다. 제발 볼 넷이 아니길, 그리고 빠지는 공으로 베이스에 있는 선수들이 홈으로 들어오는 일은 없기를, 그리고 제대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바람에 상대팀에게 대량 득점을 허락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다.
경기는 계속 진행이 되면서 4회 초 공격이다. 아들 팀은 친한 친구의 솔로 홈런으로 이제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그래도 해 볼만하다 싶었다. 4회 말 수비가 되었다. 이제는 투수를 바꾸겠지 싶었는데 또 마운드에 올라와서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두 개의 이닝을 잘 마무리했으면 이제는 다른 투수가 나와도 될 것 같은데 세 번째라니. 투구 수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양한 공격 패턴의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투수를 바꾸는 것이 맞았다. 아이는 잘했으나 결국 마지막에 인정 2루타를 내게 하면서 그만 3 실점을 하고 말았다. 결국 경기는 콜드 게임으로 끝났다.
아이는 열심히 했고 다른 선수들도 열심히 했다. 다만 경기 전략에 조금 더 변화를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집으로 오는 길은 좀 많이 길었다. 서울에 있는 차들은 다 나들이를 갔다가 돌아오는 것인지 갈 때 35분 걸린 거리가 오는 길은 2배도 넘은 1시간 25분이 걸렸다. 아침 10시 50분 정도 나가서 도착하니 5시 반이 되었으니 꼬박 6시간이 넘게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낸 셈이다.
아이가 앞으로 프로 선수가 될지 안 될지는 모른다.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에 진학을 가지만 계속 이 길을 갈지는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중간에 힘들어서 그만두기도 하고 부상으로 원치 않게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더운 여름날 힘들게 흘린 땀과 쏟은 노력의 가치가 아이들의 마음에 양분이 되어 성장의 거름이 되기를 오면서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