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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Apr 10. 2023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아이들과 책갈피를 만들었다. 한 가지 색을 이용한 그라데이션이 아닌 두 가지 이상의 색을 섞어서 만들어 보자고 하고 며칠간 찾아본 샘플 작품들을 보여주고 다양한 기법을 보여주었다.


샘플 작품을 보여주면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일단 작품의 질이 확 올라간다. 아무래도 안내가 있는 것이 아이든 어른이든 쉬운 법이다. 단점은 작품이 비슷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샘플 작품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면 전자이다. 창작을 하려면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하라고 하면 자신 있게 막막하지 않은 기분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심지어 프로 가수들에게도 가이드라고 해서 먼저 노래를 불러 주는 가수들이 따로 있다고 하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책갈피에 문구를 넣어도 되고 넣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해 주고 샘플 문구도 주었다. 그중에서 무심결에 보다가 마음에 와닿은 문장들이 있었으니...


잘 헸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이젠 네가 피어날 차례야.


오늘에 감사하고 내일을 기대해.

수고했어 오늘도.

너는 나의 봄이야.

행복하자 언제나.


이 문장을 고른 아이들의 개개인의 사정을 알기에 더 마음이 울컥했는지도 모르겠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를 고른 아이는 피겨스케이트 선수로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엄청난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다. 그 일정을 듣고 있노라면 야구선수인 우리 셋째는 약과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행복하자 언제나를 고른 아이는 지금 좀 많이 힘들다. 가족 중 하나가 사고로 다쳤는데 상황이 복잡하게 되어 모두가 힘들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마음은 6학년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리고 하루하루 소중하고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고 싶은 마음 역시 동일하다.


아... 나는 과연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인가....

방금도 이 글을 완성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무지하게 짜증을 내었으니....

아이들 각자가 자신의 일을 하고 있길래 딱 15분 글을 쓰려고 앉았다. 이미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았으니까 휘리릭 쓰고 막둥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운동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셋째는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몇 분간 인물과 스토리 설정을 들려주고 그 와중에 넷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겠는데 끼어들다가 혼나고 울고 서러움을 토로하고 둘째는 이알리미로 뭔가를 회신해야 했는데 원하는 것이 마감되었다고 나를 닦달하면서 혹시라도 취소자리가 있는지 확인하라고 하고 다시 셋째... 넷째... 둘째.... 의 로테이션이 반복되니 아아... 정신이 혼미하다. 첫째가 빠진 것은 아직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 이제 되었나요?"

"아니."

"얼마나 남았나요?"

"1분."

그래... 무슨 엄청난 대단한 글을 쓰겠다고... 내가....

책이나 읽어주러 가자. 서러운 우리 막둥이 마음 달래주러.


잘 되겠지...

잘하고 있는 거겠지....?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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