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수요일, 쉘부르의 우산을 듣다
<어쩐지 비 개인 저녁 무렵 같은 느낌의 사진>
<사진 출처 별별챌린지 이성일 작가님>
비가 왔다. 촉촉하니 하루 종일 감성적인 느낌이 들었다. 비 오는 날은 아이들도 조금 어수선하다. 듣기로는 비가 오니 저기압이 되어 아이들도 같이 눌려서 그렇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 어쩐 지는...
비 오는 수요일의 감성은 사실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다. 왜 굳이 비 오는 다른 날도 많은데 수요일에만 유독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을까. 한참 한 주의 일을 달려가는 중간의 열띤 그 과정에 비로 한 템포 식혀 주기 때문인가. 수요일에 내리는 비는 일의 속도를 늦추고 열기를 낮춰주고 지금의 순간에 멈춰서 나를 돌아보게 한다.
학부모 상담을 오후에 일차로 마치고 야간 상담을 기다리면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요새 다시 드는 고민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인데. '노래의 날개 위에'에서 쉘부르의 우산 주제가가 흘러나왔다. 와 진짜 오랜만이다. 당시 경쟁작이 사운드오브뮤직과 닥터지바고라서 결국 수상을 못 했다고 한다. 비 오는 오후에 정말 너무나 딱인 음악 아닌가 싶어 노래가 끝나자 아예 유튜브로 놓고 틀어서 듣고 또 들었다.
쉘부르의 우산의 그 애잔하고 감기는 선율을 반복해서 듣다가 문득 가사가 궁금해졌다.
불어를 내가 아주 잘해서 착착 읽고 해석을 하면 좋겠지만... 나의 불어실력이 허름하여... 우연히 영어 가사를 발견했는데... 제목의 의미가 '당신을 기다리겠어요.' 라니....
I will wait for you 당신을 기다리겠어요.
If it takes forever 영원이 걸린다 해도
I will wait for you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For a thousand summers 수많은 여름이 지나가도
I will wait for you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till you're back beside me, 당신이 내 곁으로 돌아올 때까지
'til I'm holding you 당신을 안을 수 있을 때까지
'til I hear you sigh here in my arms 내 품에 안긴 당신의 숨소리를 들을 때까지
Anywhere you wander, 당신이 어디를 헤매더라도
anywhere you go 어디를 향하더라도
Everyday remember 매일 기억하리
how I love you so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를
In your heart believe 부디 마음 깊은 곳에서 믿어 주기를
what in my heart I know 내가 어떤 마음으로 있는지를
that forever more 영원 그 이상으로
I'll wait for you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The clock will tick away 시계가 째깍째깍
the hours one by one 시간이 그렇게 하나하나 지나가고
And then the time will come 또다시 때가 오리니
when all the waiting's done 그때 모든 기다림이 마칠 것입니다.
the time when you return 당신이 돌아오는 그때
and find me here and run 나를 찾아 달려와
Straight to my waiting arms 내 품으로 바로 향하는
If it takes forever, 영원토록 걸린다 해도
I'll wait for you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For a thousand summers 수천번의 여름이 지나도
I will wait for you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til you're here beside me, 당신이 곁에 있을 때까지
'til I'm touching you 내가 당신을 어루만질 때까지.
와... 정말 생각 이상으로 낭만적이고 마음을 울리는데 과연 이런 사랑이 있을까 싶다. 있을 것도 같은데 현실의 무게는 가끔 아니 상당히 많이 이런 절절한 고백을 깨게 만든다. 당장 영화만 봐도 주느비에브는 결국 두려움에 못 이겨 부유한 상인과 결혼을 하고 기 역시 외로움을 못 이겨 마들렌과 결혼을 하지 않는가.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심지어 자신의 딸의 얼굴조차 보지 않는다.
영원일 거라 믿었던 마음을 접어야 하는 그 순간의 심정은 어떨까. 영원토록 기다려서 결국 오긴 왔는데 하염없이 기다린 순간들에 대한 억울함이 가득 차 오른다면 그 건 어쩌려나... 난 솔베이지처럼 그렇게는 못 기다리겠다. 그냥 내 삶을 살다가 늦게 와서 받아달라고 하면 미친 듯이 화를 낼 것 같다는 생각이....;;; 아... 내 맘이 삐뚤어지고 있나 보다.
시작부터 치열했던 이번 주. 이렇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사실 좀 어색하다. 이게 다 비가 와서 그렇다. 괜히 감성적이 되어서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으니. 이제 감성 뚝! 일하러 가자.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