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울 Apr 17. 2023

아이들과 셔틀런을

이런 복장과 이런 자세와 이런 표정으로 달리진 않았다 물론.

오늘은 우리 반 아이들이 팝스 종목 중 하나인 셔틀런 - 왕복 달리기를 하는 날이다. 예전에는 체력장이 있었는데 그 대신 아이들의 체력과 건강 정도를 측정한다. 아이들이 연습하는 것을 봤는데 흐음.... 그냥 슬슬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한 팀이 연습할 동안 나는 다른 팀과 공 주고받기 연습을 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일주일에 두 번 있는 체육 시간 중 한 시간은 스포츠강사 선생님의 지원을 받아서 수업을 하는데 지원을 받아도 이리저리 뛰면서 아이들과 함께 운동을 하기 때문에 바쁜 건 여전하다.


남학생들이 먼저 시작하고 다음으로 여학생들이 시작했다. 각자 팀을 이뤄서 정확하게 체크를 해 줘야 한다. 여학생들이 할 때 '어디 나도 한 번?' 하는 생각에 같이 뛰기 시작했다. 10번쯤 뛰었을 때부터 굉장히 후회가 되었다. '내가 이걸 왜 같이 시작했지?' 슬슬 달리지만 왕복으로 하고 쉼 없이 해야 하니 정말 힘들었다.


양쪽에 선이 있는데 그 선을 넘어가지 않으면 한 번은 봐주지만 두 번 연속으로 넘지 못하면 탈락이다. 정말 끊임없이 얼마나 달릴 수 있는지 지구력을 측정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20번.... 30번.... 40번 정도 되니까 이제는 아무 생각도 없고 그냥 달리고 있는데 아니 이럴 수가. 우리 반 여학생들 아무도 탈락이 아니다. 여기서 내가 그만 두면 선생님 체면이 있지. 그래서 60번 정도 달리니까 이제 서서히 탈락자가 나오지만 그래도 대다수는 여전하다. 아아... 너네 왜 이렇게 체력들이 좋으니.


내가 깜빡 잊은 것이 있었으니.... 6학년 전체를 통틀어서... 아니 스강 선생님 왈 "제 체육 인생 처음으로 여학생들이 남학생을 이긴 반이에요."라시던 그 말씀... 그렇다. 우리 반 여학생들은 체력이 좋았다. 물론 구기 종목 같은 것은 조금 그렇지만 장애물 달리기 같은 것은 3번을 해도 3번 다 여학생들이 남학생을 이긴 반이었다.


아이들이 응원을 해 주기 시작한다. "선생님! 80번까지만 채우세요!"

나도 거기까지만 하면 좋겠다. 아직도 남아있다. 90번, 100번.... 이제 딱 두 명 남았는데 마지막 한 명이 그만두고 나는 110번까지만 하기로 했다. 더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여기서 그 마안! 그리고 아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ㅋㅋㅋㅋ 120번을 채우고도 가뿐한 우리 반 달리기 여왕은 피겨 전국 1위인 여학생이다.


고등학생 때 생각이 나서 피식 웃었다. 그때 단거리는 잘 못 뛰었지만 장거리 반대표였는데 옆반 친구랑 둘이 "나갈까?" 해서 나갔다. 걔가 망설이는 것을 "가자 가자!" 해서 갔는데 그리고 후회. 그 친구는 다크호스였다. 나도 웬만해서는 장거리에 지치지 않는데 정말 백만 스물하나 백만 스물둘 하는 에너자이저처럼 안색 하나 변화 없이 계속 달려서 "그래 네가 1등 해라 난 모르겠다."하고 2등에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단거리는 정말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이 할 수 있지만 장거리는 어느 정도의 체력과 함께 사실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 숨이 차서 죽을 것 같은데 조절해 가면서 끝까지 가려는 마음. 그러면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은 내게 특화된 부분이기도 하고.


아무튼..... 필라테스를 1년 넘게 해서 그런지 체력이 오른 건 확실하다. 그리고 셔틀런은 정말 힘들더라. 1등급 못 받아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초등생 기준 1등급. :)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매거진의 이전글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