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틀 남았다. 아이들과 헤어질 날이. 요새 누가 울면서 졸업한다고. 다 웃으면서 행복하게 떠난다고 하는데, 여전히 나는 울면서 아이들을 보낸다. 6학년은 졸업이 다가오면 조금 더 바쁘다. 진학을 하기 때문에 정리해야 할 서류도 많고 동의해야 할 문서도 많고 완전히 들고 가야 할 짐들도 많다. 교실 청소도 여러 번 해야 한다. 매주 물티슈로 닦아내었어도 교실 속 구석구석 묵은 먼지는 끊임이 없기 때문이다.
어제부터 물건을 나누어 가져가는 데에도 빼낼 것이 많다. 오늘은 롤링페이퍼 활동도 해야 한다. 모두 둥글게 둘러앉아서 평균 1분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친구들에게 한 마디 씩 적어준다. 꼭 긍정적이고 좋은 말, 격려하는 말을 적어주라고 해도 이리저리 관계가 얽힌 아이들끼리는 의도치 않게 걸림이 되는 말들이 나오게 되고 중재하고 조정하는 것은 또 나의 몫이다.
어린이집 시절부터 서로 좋아해서 사귀었던 두 아이는 6학년이 되기 전에 철천지 원수로 헤어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반이 되고 짝이 되어서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둘이 예술적 감성도 비슷하고 피아노를 잘 치는 것도 비슷한데 심지어 같은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그러니 콩쿠르 시즌이 되면 누가 더 높은 상을 받느냐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는 등 자잘한 에피소드와 신경전이 많았다. 남자아이는 별 뜻 없이 썼다는데 세로로 앞 글자만 따서 읽으니 C발꺼져가 되었다고 해서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우여곡절 끝에 롤링페이퍼를 마치고 이제는 문집을 배부한다. 아주 예쁘게 나왔다. 이 문집 제일 뒷 표지 안쪽에 롤링페이퍼를 붙인다. 앞쪽에는 오늘 나누어 준 수채화 그림을 붙인다.
롤링페이퍼를 붙이기 직전에서야 아이들이 적어준 글을 읽는다.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툭 떨어진다. 그랬다. 작년에도 아이들이 참 예뻤다. 다만 참으로 큰 사건을 겪으면서 시련에 압도되어 아이들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기가 힘든 면이 있었다. 올해는 그 큰 사건 없이 아이들을 온전히 들여다보면서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좀 더 길게 보냈다. 점심시간에 늘 말이 없고 조용히 웃기만 하던 지우가 느닷없이 내게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나도 작은 미니 하트를 손가락으로 만들어 보냈다. 이렇게 일 년을 보냈으니 우리 사이엔 그런 공감대가 저절로 형성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부족한 것이 많은 선생님이라도 이렇게 순수하게 사랑해 주는 아이들의 마음. 선생님이 좋다고 꾸밈없이 표현해 주는 그 마음. 당돌하게도 선생님이 나를 어디까지 봐주는 것일까 선을 아슬아슬하게 건드려 보는 그 장난 가득한 마음까지. 무심한 듯 싱글거리던 아이는 나에게 '꼭 만납시다'라고 툭 한 마디 써 놓았다. 꼭 만나자고 해서 만나 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알 만큼 아는 나이이다. 그럼에도 이런 말이 지켜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지금의 그 마음에 또 뭉클해짐이 더해진다.
하루. 이틀. 그 졸업식 날에 나는 가능하면 울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은 울면서 웃으면서 아이들을 보내겠지. 우리는 그렇게 또 이별을 맞이하고 또 축하할 것이다. 아이들의 성장은 또한 나의 성장이다. 그렇게 함께 서로 자라 간다. 이제는 더 이상 한 교실에서 선생님과 학생이라는 위치로 서 있지 않겠지만 일 년의 시간 동안 그렇게 자라왔고 그 자람을, 자라감을 마음으로 바라갈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교학상장이다. 멀리 서라도 계속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고 배워갈 터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