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호퍼의 그림이 좀 가까이하기 어려웠다. 화사한데 그림에서 느껴지는 그 정적과 같은 고독이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 마치 위대한 개츠비처럼 화려함에 둘러싸여 있어도 한없이 외로운 그런 느낌과 죽은 듯한 멈춤이 싫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기도 하지.... 나이가 들면서 시선이 바뀌고 시야가 바뀌고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도 달라짐을 알게 된다. 예전엔 어렵고 난해하고 이해가 되지 않던 것들이 어느 순간 다가와서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아주 살며시.
젊은 시절에는 미친 듯이 외로움에 사로잡혀서 한없이 감정적인 글을 써 내려가기도 하고 그 감정에 매몰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 외로움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나를 들여다보면서 온전히 홀로 있음을 자각할 수 있는 시간. 아침부터 밤까지 정신없이 몰아치는 일정 속에서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집에서도 아이들과 있다 보면 나 혼자 있는 시간이 귀하다. 그래서 그렇게 밤늦게 안 자고 버티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그마저도 중학생이 두 딸이 늦게 자면서 더 없어지고 있긴 하지만.
'함께 있음'은 분명 귀하고 소중하지만 '홀로 있음' 역시 필요하다. 대중 속에서 비슷하게 삶을 살아가도 결국 온전히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떨어져서 나 자신을 살피고 점검하고 바라보는 시간의 소중함을 한참 뒤에서 알았다. 그렇게 나를 들여다 보고 홀로 있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함께 있음으로 생기는 공허함과 빈자리를 채워갈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내어 네 아이의 엄마로, 25명 아이들의 선생님으로 하루를 보내고 일주일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아마 호퍼의 그림이 그토록 사람들에게 끌리는 이유는 잊고 있었던 그 고독의 존재를 정면으로 응시하게 하고 지금 바로 나를 바라보라고 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