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이 오늘도 정신없이 움직였다. 드디어 피아노 조율하는 날. 그 사이의 일들은 과감히 건너뛰고 조율이 끝났다. 열심히 다음 주 수업과 행사 준비를 하다 보니 5시. 어디 한 번 조율된 피아노랑 만나 볼까. 저음은 부드러운데 고음은 날카롭다. 아까 알았으면 말씀드리는 건데 이미 늦었고 조금 더 쳐 보다가 안 되면 다시 말씀드려야지. 그렇게 그간 못 했던 피아노 연습을 열심히 하고 알차게 당근 거래 두 건까지 마치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오는 길이었다.
셋째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전화해서 목이 너무 아프다고 감기약을 사다 달라고 한다. 순간 독감일까 싶어서 빨리 내려오라고 했다. 싫다는 아이를 일단 내려오라고 하고 병원에 지금 가면 되냐고 했더니 10분 안에 빨리 오란다. 열이 38.3도.
마음이 착잡하다.
아이가 아플 때까지 나는 밖에서 뭘 한 것일까. 괜찮으려니 하고 치킨을 먼저 시켜주고 조금 여유 있게 들어와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혼자서 저녁을 먹고 피아노 연습을 하고 왜 그랬던 것일까. 가끔은 내가 너무 내 자신을 위해서 사는 것 같아, 아이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엄마가 아닌 것 같아, 마음이 괴롭다.
물론 자신을 사랑하고 가꾸어야 한다고 누누이 말하고 듣지만 막상 아이가 아프게 되면 모든 화살은 나 자신에게 스스로 돌리게 된다. 엉엉 울고 싶은 맘이 더해지는 건 다음 주 바프 촬영일이라서 이 와중에도 운동과 식단 관리를 쉴 수 없다는 점이다. 아이가 아프니 마음도 어수선한데 다른 아이들도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 운동은커녕 집안 일도 조금 하다가 말고 대강 치우기만 했는데 벌써 12시다. 아이가 아픈 것이 내 탓이 아닌 걸 알면서도 이미 자책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내 자신의 계발도 좋지만 아이가 아픈데 내가 조금 더 예뻐지고 똑똑해진다 한들 그 무슨 상관이랴..... 아닌 것이라 해도 아닌 게 아닌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