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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생 실습 1주 차 이야기 - 첫사랑

by 여울

지난주에 첫 번째 관찰실습을 마쳤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불태웠는지 금요일이 지나자 기운이 정말로 하나도 없었다. 최선을 다한 그 순간이 지나간 후유증과 성의를 다한 대상과의 이별은 생각보다 크고 무거워서 아이들도 나도 우울한 마음이었다. 그 마음을 그대로 보내기 아까워 편지를 썼다.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서 편지를 쓰고 전날에는 수제 3종 과자세트까지 만들어서 정성을 다해 포장했다. 아이들과 눈물의 이별을 하고 나서 나는 또 한 번 글을 썼다.


실습을 마치는 종료 행사에 지도교사 소회를 말하기로 했는데 그냥 말보다는 글이 낫겠다 싶었다.



안녕하세요

6학년 4반 담임교사 한OO입니다.

첫 교생실습을 여러분의 교생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큰 기쁨이었습니다. 반짝이는 5월의 봄 같은 교생 선생님들을 보면서 27년 전 제 첫 실습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당시만 해도 제게는 지금의 교생 선생님들과 같은 큰 설렘이나 기대는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예쁘긴 했지만 그뿐, 제가 앞으로 걸어야 할 길에 대한 확신이나 사명감은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점점 더 재미없어지는 교대 공부에 지금이라도 재수를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4호선을 타고 한참을 올라가야 있던 성북구의 한 학교로 첫 관찰실습을 나갔고, 그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은 제 삶의 지향점을 바꾸었습니다. 학생도 많아 서른 명도 넘는 그 북적이는 교실에서 6명의 교생이 찌그러져 앉아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4학년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으로 교대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로도 여러 차례 실습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교대부초 전체 대표 수업을 무사히 마쳤던 3학년의 그 순간도 아니고 하루를 온전히 책임지며 분주했던 4학년의 마지막 실습도 아니었습니다. 기간마저 짧았고 수업도 하지 않았던 그 첫 관찰실습의 순간순간들이, 오래된 학교의 낡은 교실과 운동장의 햇빛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다른 지도교사 선생님들의 성함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첫 실습 선생님의 성함과 그 따스하면서도 꼼꼼하게 알려주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뚜렷합니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그만큼 잘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얼마나 부담이 많이 되던지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2주 정도 전 실습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이제라도 병가를 내 볼까 하는 그런 얄팍한 생각마저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오늘, 교생실습지도교사를 한 것도, 병가를 내지 않은 것도 모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생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업을 준비하고 되돌아보는 과정도 의미로웠지만 함께 하는 순간들이 제일 감사했습니다. 아이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 세심한 배려와 관찰, 환한 웃음. 저희 반 아이들은 정말 큰 복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눈여겨보시며 날카로운 성찰의 시선으로 작성된 실습록을 보면서, 협의 시간에 들어오는 치밀한 질문들에 답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타성에 젖지 않고 늘 노력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교육 현장에 오래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느슨해지는 때도 많습니다. 교생 선생님들과 함께 하면서 그럴 뻔한 마음을 다시 잡아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첫사랑이 되어 주시고 저의 첫사랑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지도 교사들도 여러분의 소중한 첫사랑으로 남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랬다. 첫사랑이었다. 그래서 좋았고 그래서 설렜고 그래서 아팠다. 문제는 주말을 지내면 새로운 교생 선생님들과의 또 다른 실습이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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