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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생 실습 2주 차 이야기 - 또다시 사랑은 찾아온다

by 여울

월요일 아침. 수줍고 어색한 얼굴로 새로운 교생 선생님들을 맞이했다. 아이들은 어쩔 줄 몰랐다. 새로운 교생 선생님들은 좋은데, 지난주에 그토록 열렬한 이별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표정들의 솔직한 생각이 얼마나 눈에 환하게 보이던지 나 역시 어찌해야 하나 싶었다. 그 분위기를 교생 선생님들도 감지했다. 점심을 먹고 놀이 시간에도 아이들의 고민이 보였다. 지난주에는 그냥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같이 놀자고 하더니 이번에는 쭈뼛쭈뼛 망설인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보였다. 선생님들이 일어나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나라면 그냥 앉아서 기다릴 것 같았는데 먼저 일어서서 아이들 속으로 들어갔다. 말을 걸고 하는 일들을 지켜보면서 톡톡톡 아이들의 마음 문을 두드린다. 그 모습에 내 마음 역시 녹아들기 시작했다.


오후 학급경영관을 안내하는 협의 시간에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지난주에 그렇게 보내고 나서 새롭게 오신 선생님들에게 마음을 확 열고 다가가자니 지난주 선생님들을 배신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어려운 마음이 조금 남아 있다고.


완전히 아쉬운 마음을 감추기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교생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고 그 모습을 살펴보면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다가갔다. 좀 더 많은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은 진심으로 감동이었다. 그리고 아이들도 알았다. 새로운 선생님들과 가까워지고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 이전 선생님들에 대한 배신이나 저버림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내가 권유하거나 말하지 않아도 먼저 다가간다. 함께 웃고 함께 놀면서 또 소중한 추억들을 쌓아간다.


한 주 늦게 배정된 일정으로 인해 아이들의 첫 번째 그 열렬한 사랑을 놓치고 따스한 마음을 받는데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린 선생님들을 위해서 나는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다. 점심시간에 미니 피구를 하는 것은 예정이 없던 일이다. 아이들이 학급 온도계를 올리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아직도 멀고 먼 길이었다. 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 마침 시간표도 너무 좋았다. 점심을 먹은 우리는 체육관 아래에 마련된 공간으로 갔다. 인원도 딱 좋았다. 교생 선생님들까지 함께 정확하게 반으로 나누어져서 두 팀으로 피구를 딱 15분 즐겼다. 함께 몸을 부대끼며 웃고 소리를 지르는 그 짧은 시간을 통해 정말로 이제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제 내일은 이별이다. 내일 다시 편지를 쓰고 또 눈물의 이별을 할 것이다. 이별을 2주 연속으로 겪으니 조금은 무뎌질 만도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학년이 바뀌면 새로운 담임 선생님은 낯설다. 1년의 시간을 쌓아 올린 예전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이 그립다. 그래서 3월이 되면 유독 자꾸 찾아오는 작년의 제자들이 있다. 4월이 되고 5월이 되면 아이들은 서서히 발길을 끊는다. 이제 새로운 선생님과 학급이 나의 선생님이고 나의 반이라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지금의 선생님과 친구들이 좋다고 예전에 함께 한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추억이 빛이 바래거나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소중한 것은 소중한 대로 간직하고 또 새로운 만남으로 인한 기쁨과 설렘은 그대로 쌓아 올리는 것이다. 그러니 2주의 추억도 그대로 소중하게 간직하면 된다. 과거의 정과 추억에 매여서 현재의 인연을 소홀히 하는 것은 내게 손해이다. 아이들의 이런 마음을 알고 열심히 두드리며 문을 열고 들어가 또 다른 기쁨이 된 교생 선생님들의 그 따스함이 눈부시다. 비개 개인 하늘이 더더욱 눈부시게 파랗게 느껴지는 오후이다.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라는 호프 자렘의 말이 떠오른다. 이렇게 기다렸고 이렇게 시작했고 이렇게 마친다. 아름다운 관계의 시작을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열어준 젊은 교생 선생님들이 참 고맙다. 짧게 끝나는 인연이지만 켜켜이 쌓이는 이 소중한 순간들을 잘 간직해서 서로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역시 나는 선생님이 되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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