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올라갔던
하이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이 노래 제목이 '동그라미'인 줄 알았다. 엄마는 어릴 때 늘 이 노래를 부르셨고 소위 엄마의 18번, 애창곡인 셈이었다. 조용히 따라 불러보는데 왜 나 눈물이 울컥 나지? 우리 엄마는 아직 정정하시고 매우 건강하시다. 아마도 엄마 하면 이 노래가 계속 떠오를 것 같다.
노래가사에 나오는 얼굴은 어쩐지 가냘프고 청초한 창백한 얼굴의 미인일 것 같다. 음.. 나는 일단 가냘프지도 않고 기운 넘치니 청초하지도 않고 그냥 한국인의 일반적인 살구색 피부이니 창백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하.
나는 예쁜 얼굴이 아니다.
완벽하고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태어나지도 않았다.
태어났을 때... 무려 4.9kg의 초우량아였다...
먹는 것이 늘 좋았고 남들이 느끼하다던 버터크림케이크도 나는 너무 좋았다. 초코칩 쿠키를 세 개를 그 자리에서 먹는 나를 보고 놀라는 친구에게 속으로만 '더 먹을 수도 있어'라고 생각한 기억도 있다. 대놓고는 말 못 하고...
내게는 2살 어린 여동생이 있다.
동생은 엄마 닮아서 눈이 크고 얼굴선이 갸름해서 어릴 때부터 손님들이 오시거나 친척들을 만나면 늘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고, 나중에 그 옆에 있는 나를 보고 "너도 예쁘네."라고 생각난 듯 덧붙이는 한마디가 그렇게 상처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날씬해서 뭘 입어도 잘 어울렸다. 그러니 커서도 이쁘다는 칭찬과 감탄 어린 눈길이 늘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진짜 아이를 네 명 낳고 보니 우리 집에서 자타공인 셋째가 최고로 잘생겼고, 그다음은 둘째, 넷째, 첫째 순이다. 사실 셋째 이후로는 딱히 의미가 없지만 객관적인 기준을 들이대면 그렇고, 첫째는 눈이 작은 것이 늘 콤플렉스였다. 그래도 날씬하고 귀여운 얼굴형이라서 나는 우리 큰 딸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예쁜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보자마자 "잘 생겼다! 예쁘다!"라는 감탄이 나오는 것은 늘 셋째다. 아무튼 그래서 이제는 어른들의 마음이 좀 이해는 간다.
그럴지라도 상처는 상처인지라.... 그럼 객관적으로 눈도 작고 코도 그저 그렇고 심지어 먹는 것을 좋아해서 통통한 나는 어떻게 예뻐질 수 있단 말인가. 그때 선생님들이 해 주신 말씀이 내 평생의 기조가 되었으니.. 젊을 때는 타고난 얼굴로 살아가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사람의 마음과 삶이 얼굴에 반영되어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밝고 환하게, 예쁜 마음으로 살아가면 그것이 그 사람의 얼굴에 다 드러나서 중년 이후에는 예쁜 얼굴도 예쁘지 않을 수 있고 안 예쁜 얼굴도 예쁘게 보인다는 것.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평생을 노력했다. 자주 웃을 것. 밝은 면을 보고 긍정적인 부분을 바라보며 성실하게 노력할 것. 고운 말을 쓰면서 나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할 것.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는 운동을 했다. 젊을 때는 발레를 했고 출산 후 망가지고, 코로나로 불어난 몸을 위해서는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는 거들뿐, 내면에서 우러나는 가치로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물론 나보다 예쁜 사람은 정말 차고 넘쳤지만, 작은 눈을 가지고도, 곧고 오뚝하지 않은 코를 가지고도, 그리고 아직도 여름무 (통통한 가을무에서는 벗어난 것 같다)인 다리를 가지고도 나는 나에게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말해준다. 나 스스로 괜찮지 않으면 어쩔 건데. 교만이나 방자함이 아니라 눈부신 미모로 빛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나대로 괜찮고 당당한 사람이 되기 위한 자신감이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세워갈 때... 나는 또 미소 띤 얼굴로 오늘을 시작하고 보내고 마무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살짝 웃어보면서.
(아 쓰고 나니 오글거리지만. 그냥 올릴래. 뭐.)
#별별챌린지 #글로 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