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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디데이 사흘 남겨놓고

제대로 힘든 것 같다

by 여울

날마다 도전이 되는 올해 이번 학기. 바프 촬영일까지 사흘 남았다. 이번 주는 식단부터 빡세다. 점심에는 그래도 샐러드가 늘 들어가 있었는데 샐러드가 없이 삶은 계란 3개만 먹어야 하고 저녁도 현미밥이 50g 그마저도 모레와 글피는 모든 탄수화물 섭취 금지. 수분 섭취 금지.


운동도 조금 더 강도를 올렸다. 바프 의상을 선택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튜브탑 내지는 크롭티라서 배가 여지없이 보이는데 허리선이 들어간 것과 상관없이 출산 후 흔적이 여지없이 남은 배의 주름이 문제라서 강사님은 괜찮다고 하셨지만 내가 괜찮지 않았다. 운동 후 찍은 사진과 운동 전 찍은 사진도 좀 다르다. 남자들만 근육 펌핑을 하는 줄 알았더니 여자들도 사진 찍기 전 근육 펌핑과 쉐이핑을 한다고 했다. 옆구리 운동을 4세트씩 했는데 혼자서 사진을 찍어 보고 나니 조금 더 절실해져서 아침에도 두 세트씩 한다. 먹는 양을 줄였는데 운동의 강도는 올라가서 힘든 걸까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 건 교감선생님의 호출이 있은 다음부터다. 그 학부모님이 교장 선생님께 면담을 다시 요청하셨다는데 혹시 무슨 일 있는지 그리고 그날 시간이 되는지 물으셨다. 우리 모두 그 연유를 몰라서 그 부분도 은근히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예상치 못하게 생리가 조금 더 일찍 시작했는데 필라테스 시작하고 거의 사라졌던 생리통도 등장했다. 날씨가 추워인지 아니면 새로 당근에서 구입한 옷이 허리가 좀 조이는지 전체적으로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고 기운이 없었다. 오늘은 피아노 연습도 미루고 그냥 집으로 왔다. 진짜 쓰러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몸은 거짓말을 안 하는데 생리주기가 이렇게 빨라져서 24일, 23일 만에 하는 것은 고3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고3 때는 잘 몰랐다. 당시 늘 편두통과 비염과 결막염에 가끔씩 가위눌림까지 흔하게 일어나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대학 합격 통지를 받은 날부터 모든 증상, 특히 편두통과 가위눌림이 싹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생리주기도 안정적으로 돌아왔다. 그 때사...'아... 내가 힘들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보통 28일~30일의 주기를 가지고 있는데 지난달 예상치 못하게 빨리 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혹시 지난 달만 그럴까 싶기도 했는데 이번 달에는 거의 이틀이 더 빨랐다.


가장 큰 원인이 뭐냐고 묻는다면 사실 학부모와의 관계이다. 문제는 이 상황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그분들이 요구하시는 것이 담임교사로서나 학교 측에서 해 드리기 굉장히 난감하고 사실은 불가능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계속 이해해 드리고 반영해드리려고 하지만 일단락되었을 거라고 여겨진 일이 계속 현재진행형이고 언제 다시 시작이 될지 몰라서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마음이 든다. 어제 교장 선생님의 얼굴에도 피로감이 가득하셨다. 정말 너무 좋으신 교장 교감선생님을 모시게 되어 그저 감사할 뿐인데 요새 누적되는 다른 학교의 사안들로 인해서 내색은 안 하시려 하시지만 고뇌와 피로의 흔적이 여실하게 보였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나의 상처가 가장 깊고 나의 아픔이 가장 고통스럽다. 다른 사람들도 아프고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당장 당면한 나의 고통이 제일 힘겹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 나부터도 힘들다고 이렇게 글에 징징거리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정말로 우리 반에는 정말 나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이 있다. 담임이 되기 전에는 정말 몰랐던, 교과로서는 보지 못했던 그 아이들의 사정과 상황들이 함께 매달려 있어서 늘 살얼음판을 조심조심 걸어가는 기분인데 한 번씩 강한 바람이 예고 없이 불어와 '휘청'하게 만드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 바람이 언제 불어올지 몰라 극도로 초긴장하게 만드는 그 상태가 지금의 편두통의 원인인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그냥 일부러 운동을 한다. 깊게 숨을 들이쉬면서 운동 전 스트레칭으로 시작하고, 강도를 올려가면서 집중하다 보면 마음의 번뇌(?) 좀 가라앉는다. 먹기라도 와구와구 먹으면 좀 나을까? 아닐 것 같다. 지금은 일단 토요일에 집중을 하고 아이들과의 하루에 집중을 하고 그렇게 또 사흘 남은 이번 주를 잘 지내보자. "선생님 선생님" 하고 따르는 우리 반 아이들은 정말 다 귀엽다. 아 정말!!! 힘든 것은 학부모라니깐!!! 흑흑 저는 정말 전심으로 저희 반 아이들을 예뻐하고 있어요..... 내 아이가 지금 특별한 상황이니까 더 배려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은 정말 저도 잘 알고 노력하고 있는데 스무 명도 더 되는 다른 아이들도 안 볼 수는 없답니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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