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바프를 잘 찍었다. 최적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수분 섭취마저도 제한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틀 동안 물과 탄수화물을 먹지 말라고 되어 있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다만 최소한으로 줄여서 섭취를 했다. 수업을 해야 해서 물을 전혀 안 마실 수는 없었지만 노력 끝에 하루에 300ml 정도만 마셨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내 촬영은 토요일 아침 첫 타임이라서 다 찍고 나니 12시경. 친구를 만나서 그동안 먹지 못했던 기름진 음식과 단 음식을 먹기로 했다. 피자와 버거 중 우리의 선택은 버거. 근처에 파스트라미 버거로 유명한 맛집이 있다고 했다. 파스트라미 버거는 이번이 세 번째인데 정말이지 너무 맛있었다. 먹으면서 좀 양이 많은 것 같긴 했지만 오랜만에 나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생각해서 다 먹었고, 추가로 윙 세 조각, 셀러리 4개, 그리고 가지튀김을 와사비 마요 소스에 찍어서 잘 먹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밀크셰이크까지 싹싹 먹었다. 그렇게 먹고 나니 저녁을 먹을 만큼 배가 고프진 않아서 통밀 또띠야에 남은 닭가슴살 조금과 리코타 치즈를 올려서 랩을 싸서 먹었다. 다시 냉동실에 아껴 둔 생크림 케이크를 꺼내서 먹는데 그렇게 당기진 않았지만 '먹어야겠어.'라는 일념으로 3분의 1 정도를 꾸역꾸역 먹었다. (나머지는 둘째가 먹었다.) 그리고 또다시 나에 대한 보상으로 심야영화를 오랜만에 보러 가서 팝콘을 먹었다. 저녁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배가 고픈 탓도 있었고 '팝콘 작은 사이즈야' 뭐 이런 마음도 있었다.
다음날은 몸에서 좀 적게 먹으라고 신호를 보냈지만 무시하고 바프 준비하기 시작 전 먹던 비슷한 양의 밥과 반찬을 먹었고 저녁은 로제 떡볶이와 삶은 달걀 2개를 먹었다. 그리고 오늘은 급식도 좀 배부르다 싶은 정도로 먹었고, 오후에는 KFC 비스킷을 감탄하면서 먹었다. 버터와 딸기잼을 듬뿍 올려 먹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진짜 와구와구 먹고 싶었다. 그리고 벼르던 나뚜루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었다. 콜드 브루도 한 잔 마셨다. 커피를 진짜 좋아하는데 참고 참았던 터라 좀 많았지만 한 잔을 그냥 다 마셨다.
먹을 때는 그렇게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적고 나니 엄청나게 먹은 것 같다... 그리고 그때부터 배가 너무너무 아프기 시작해서 저녁은 먹고 싶다는 의지조차 생기지 않는 것이다. 나는 초특급 입맛의 소유자라서 코로나 걸렸을 때를 제외하면 일평생 뭔가를 안 먹겠다는 마음은 안 생기는 사람이다. 배를 살살 문지르면서 누워 있었더니 9시 즈음 살짝 고프긴 했다. 그런데 먹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또 배가 아플까 무서웠고 그렇다고 안 먹으면 나중에 또 힘들까 봐 고민 끝에 그릭 요거트를 조금 먹고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위를 달래고 있다.
생각해 보니까, 보통 절식을 하고 나서는 회복식의 기간을 가진다고 하는데 그런 것 없이 바로 일반식으로 들어갔고, 그동안 '클린'하게 먹던 위에 갑자기 기름지고 당분이 많은 음식들이 들어갔으니 평소보다 적게 먹었다 하더라도 위가 놀랄 법하다. 문제는 2주간 먹방을 찍으려고 온갖 종류의 워너비 식당들을 예약해 놓은 부분이다. 지금 같아서는 그냥 숭늉만 마시고 싶어....ㅠㅠㅠㅠ
우리는 보통 목표 지점에 도착하는 것까지만 생각한다. 가는 과정과 방법을 자세하게 설계하면서 공을 들인다. 문제는 도착한 그다음부터이다. 한 목표에서 다음 목표로 가려면 이동하는 방법에 대한 고려도 필요한데 그것을 몰랐다. 도착점에서 일상으로 회복하려면 서서히 갔어야 했는데 이런 경험이 없어서 괜찮은 줄 알았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돌아 나오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아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