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되면서 점점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운동의 강도를 조금 더 늘리고 싶은데 그다음 단계의 강의를 새로 결제를 해야 할지, 그리고 내가 따라갈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몸은 조금씩 튼튼해져서 한 번만 따라 하기도 벅찼던 강의 중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추가로 따라 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다음 단계로 가 보자.
확실히 난이도가 높고 강도가 세서 두 세트씩 짜여 있는 분량을 도저히 따라 할 수가 없었다. 한 세트하고 앞 단계의 쉬운 강의를 조금 더 하는 식으로 초반에는 두 가지를 병행해 나갔다. 그리고 8월이 되었다.
8월 중순, 우리 필라테스 단톡방 회원들은 하루를 잡아서 선생님과 만나기로 했다. 늘 온라인으로만 봤고 실제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8월 중순 무렵에 나는 이미 58kg대로 진입해 있었다. 다른 무엇을 제치고 꼭 가고 싶었던 것은 이렇게 실제로 만나는 기회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니고 이번을 놓치면 몇 달 혹은 최소 1년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3시간 동안 우리는 선생님으로 인해서 생긴 삶의 변화와 감동을 나누며 웃고 떠드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4월에는 나는 내 몸이 이렇게 변화하리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단톡방에 들어간 것도 굳이 참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있다니까 어떤가 하고 들어갔는데 그것이 정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혼자와 함께의 힘은 정말 달랐다. 운동에 진심인 사람들, 지금의 나를 바꿔보려는 마음들에 가까이 접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의지를 불태워주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식단이나 운동 일지를 올리진 않았지만 일상처럼 나누는 기록들이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내게도 들어왔고 조금씩 섞여 들어간 것이 어느 사이 주요 멤버가 되어 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단톡방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톡피로감이라고 하던가. 가능하면 내 말은 아끼자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나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많이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꼭 필요하거나 동의를 해야 하는 부분에만 참여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은 손가락으로 작은 핸드폰 자판 누르기가 좀 힘들다.)
만약 혼자 하는 운동이 너무나 힘들다면 동호회나 소모임, 단톡방에 참여하시길. 일단 거기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나는 하겠어' 최소한 '나는 이런 마음이 있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안에는 정말로 그것이 삶의 불타는 목표인 사람도 있고 자잘한 일상인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은 같은 관심사와 목표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근묵자흑이라고. 같이 있으면 닮아간다. 같이 있으면 하게 된다. 같이 있으면 이루게 된다. 정말로 톡 피로감이 크면 나와야 하지만 나의 경우는 견딜만한 정도였고, 당시만 해도 초창기여서 단톡방 회원들이 아주 많지는 않았다. 지금 거의 참여를 못하는 단톡방이 두 개 정도 있지만 그 안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은 내가 지향하는 목표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눈팅 회원의 레벨 조차 되지 않기도 해서 참 미안하지만 언젠가는 그리고 가끔은 함께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책과 운동과 공부는 어차피 평생 가야 하는 것. 몇 번 아니 몇십 번 잘 안 되었다고 해도 놓지 마시길. 오늘 과식을 했어도 계속 운동을 하고 오늘 정독을 하지 못했어도 훑어라도 보고 오늘 청소를 못했어도 내가 치울 수 있는 일부만큼만 정리를 하면 된다. 며칠이 아니라 몇 주, 몇 달을 못했어도 다시 한번 해 보면 된다. 그 어쩌다 한 번이 쌓이기 시작하면 결국은 다 나의 자산이 될 것이니까. 그 어쩌다 한 번들은 그렇게 쌓여서 내가 본격적으로 엮어줄 때를 위한 자양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