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 `달빛`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의 `달빛`은 국적이 한국인 것이 자랑스러워지는 연주가 조성진과 손열음 등에 의해 연주되어 호평을 얻은 바 있다. `달빛`을 들을 때면 마치 무중력에 떠서 아무런 자극 없이 편안하게 누워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잔잔한 호수의 반짝이는 윤슬을 평화롭게 바라보고 있는 듯 여유로운 인상을 얻는다.
간혹 마음의 평온이 필요할 때 일부러 찾아 듣는 연주곡이기도 하다. 유튜브에서 만난 댓글에서 누군가는 자장가로 손색이 없다고 하고, 그리움과 애틋함이 있는 곡이라도 평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KIexxfyKZvA
달빛, 흐린 날이 아니라면 어느 곳에서나 칠흑 같은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는 달빛을 볼 수 있다. 달은 모양이나 크기의 변화에 따라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로 크게 나눠지는데, 태양을 기준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과정에서 각자가 서 있는 그곳에서 우리의 눈에 담긴 형태대로 달의 이름이 불려지고 있는 것이다.
해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흑백의 세상에서 은은한 존재감을 발하는 달빛은 소원을 비는 상징적인 무엇인가가 되기도 하고, 예술가에게는 창의적인 매개물이 되어주기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달멍`의 존재가 되어주기도 한다.
만약 누군가가 저녁에 뜬 달에게 `왜 너는 오늘 보름달이 아니야?`.`달빛이 왜 밝지 않아? 그게 최선이야?` 하고 따져 묻는 모습을 본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의 과학적 원리를 잘 알기에 질문하는 이의 말에 실소할 것이다.
대중적인 MBTI로 `너와 나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요즘이지만, 심리상담 분야에서는 *TCI라는 기질 및 성격검사로 그 사람의 타고남과 생존전략을 이해하고 있다.
누구나 태어나면서 대물림된 DNA, 즉 고유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
TCI에서 제시하는 기질의 대표적인 면을 살펴보면,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고, 보수적으로 익숙하거나 안전한 것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어떤 이는 현재와 앞으로의 모든 일을 미리 걱정하는 기질로 타고나고, 어떤 상황이든 낙관성을 유지하는 반대의 성향도 있다.
낯섦에 대해 개의치 않아 하는 사람도 있고, 낯가림이 심한 이들도 있다.
무얼 해도 활기가 넘치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쉽게 지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 속에 있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지만 혼자만의 영역을 지키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다.
자신을 잘 드러내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사실 기질은 타고난 성향이기에, 스스로 원하고 그렇게 되고 싶어서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본인이 느끼는 `나는 내가 버겁고 힘들다`는 기질적 어려움을 가진 이들을 상담 안에서 만나면 안쓰러운 마음이 크다.
최근에는 *ADHD 기질을 가진 채 태어나 자라면서 주변의 반복되는 부정적 피드백에 상처받아온 성인들을 의외로 자주 접한다.
그들은 `나는 실패자인 것 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질 것 같은 희망이 없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싫다` 등의 표현으로 자신의 고통을 들어낸다. 기질 자체는 선천적 대물림이고 조상님의 DNA 영향인데 주변의 반응이 너무 가혹한 경우가 있다.
다행히도 상담을 통해 자신의 다친 마음을 위로하고, 불편한 기질을 보완해 볼 방법을 함께 찾아가면서, 그리고 증상이 심각한 경우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소중히 대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이들은 시간이 걸려도 스스로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만만치는 않아서 노력하던 어느 날에는 `이런다고 달라질까? 난 이미 틀렸어`. `해도 안 돼`, `이번 생은 망했어` 같은 회의적인 생각을 반복해서 드러 내기도 했다.
비단 ADHD기질을 가진 이들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자신의 타고난 특성에 기인해 올라오는 그날의 크고 작은 불편감, 좌절감, 막막함과 지치는 마음이 들 때, 그 마음도 내 안에서 아우성치는 소중한 감정이기에 공을 들여 다독일 필요가 있겠다.
그 울컥함을 대변하는 곡, `k-POP스타 시즌 2`로 데뷔해 유니크한 곡들을 꾸준히 발매해주고 있는 남매듀오 `악뮤`의 `프라이의 꿈` 가사 일부를 보자.
왜 그렇게 봐? 난 죄지은 게 아닌데
난 차라리 흘러갈래
모두 높은 곳을 우러러볼 때
난 내 물결을 따라 (hey)
Flow, flow along, flow along my way (way, way)
난 차라리 꽉 눌어붙을래
날 재촉한다면
따뜻한 밥 위에 누워 자는
계란 fry, fry 같이 (fry, fry 같이)
Spread out
틀에 갇힌 듯한 똑같은 꿈
Spread out, out
난 이 두꺼운 껍질을 깨고 나와 퍼지고 싶어
난 차라리 굴러갈래
힘들 땐 힘들다고, 괴로울 땐 괴롭다고, 오늘만큼은 그냥 `배 째라` 의 패기로 나를 달래고 회복시킬 `나만의 푸닥거림`도 때론 필요할 것이다. 투정부리고 싶어지는 날, 속마음이라도 실컷 푸닥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이 노래. 너무 귀하다.
실컷 나의 힘듦을 마음속으로 항변한 후, 그럼에도 생채기 난 감정을 `토닥토닥`해줄 반창고도 필요할 것이다. 따스한 언어로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시인의 말에 잠시 귀 기울여 보자.
어린 벗에게 _ 나태주 시인
그렇게 너무 많이
안 예뻐도 된다
그렇게 꼭 잘하려고만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모습 그대로 너는
충분히 예쁘고
가끔은 실수하고 서툴러도 너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란다
지금 그대로 너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라
지금 모습 그대로 있어도
너는 가득하고 좋은 사람이란다.
오늘 하루 지치고 복잡하고 힘겨웠던 그대들에게 드뷔시의 `달빛` 의 다정하고 평온한 온기를 전하며 시인의 말처럼 `지금 모습 그대로 있어도 당신은 가득 차게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 TCI 기질 및 성격검사 [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 :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기질'과 후천적으로 발달되는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자기 보고식 검사이다. (출처: 심리검사백과
* 성인 ADHD 정보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https://adhd.or.kr/adult/adult01.php 사이트를 참고해 보자.
<사진출처: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