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퇴근 후, 민수의 집에 들렀다.
그의 공공임대 아파트는 낡았지만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고, 무엇보다 ‘쫓겨날 걱정 없는 집’이라는 사실이 공간에 묘한 안도감을 불어넣고 있었다. 현관문을 닫자마자 느껴지는 안정감, 그것만으로도 내 원룸과는 다른 세상이었다.
민수의 집은 공기가 달랐다.
밖은 겨울 끝자락의 냉기였지만, 이 안에는 묘한 따뜻함이 감돌았다. 낡은 아파트 특유의 공기 냄새와 약간의 세제 향, 전기 히터의 미약한 열이 뒤섞여 있었다. 오래된 벽지와 희미한 형광등 불빛이 방 안을 부드럽게 감쌌다.
나는 소파에 앉아 무심코 중얼거렸다.
“여긴… 그냥 숨 쉬는 것만으로도 편하다.”
민수가 냉장고에서 캔맥주 두 개를 꺼내며 웃었다.
“그렇지? 난 여기 들어오고 나서야 밤에 걱정이 줄었어. 쫓겨날 일 없다는 게 가장 크더라.”
TV에서는 자막이 흘렀다.
“청년 임대, 일부 지역 경쟁률 수백 대 1… 대기기간 장기화.”
나는 무심코 물었다.
“진짜 그렇게 경쟁이 심해?”
민수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청년임대 특정 모집은 300대 1 넘은 적도 있어. 그냥 클릭 잘못해도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그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어딘가 단단히 굳은 체념이 스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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