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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 Jan 25. 2024

나는 사랑과 시간과 죽음을 만났다

영화 리뷰



영화 <나는 사랑과 시간과 죽음을 만났다 Collateral Beauty, 2016>는 어린 딸을 잃은 한 남자가 상처와 고통을 가진 주변 사람들을 통해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린다.


광고 회사 대표 하워드(윌 스미스)는 희귀병에 걸린 딸을 잃은 아픔으로 오랫동안 깊은 슬픔에 빠진다. 그는 '사랑'과 '시간'과 '죽음'에게 편지를 써 우주에 의문을 제기한다. 어느 날, 어디에나 있는 '사랑(키이라 나이틀리)',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제이콥 라티모어)', 모든 것의 이유가 되는 '죽음(헬렌 미렌)'이 하워드의 질문에 답을 주려 진짜로 그의  앞에 나타난다.


'사랑'과 '시간'과 '죽음'이 실제로 나타나면서 어린 딸을 잃은 하워드뿐만 아니라 각자의 상처와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들, 이를테면  딸의 미움을 받는 이혼남(에드워드 노튼), 아들이 태어난 후 병이 재발한 아빠(마이클 페나), 아이를 원하는 골드 미스(케이트 윈슬렛)도 '사랑'과 '시간'과 '죽음'을 만나게 되면서 뜻밖의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Brigitte: But you never know, nothing's ever really dead if you look at it right.


브리짓: 하지만 누가 알아, 들여다보면 정말 죽는 건 아무것도 없어.



Helen Mirren, Keira Knightley, and Jacob Latimore in Collateral Beauty (2016)



영화는 우리 곁에 늘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들리지도 않는 사랑, 시간, 죽음을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하여 하워드의 눈앞에 등장시킨다. 현실에 나타난 사랑과 시간과 죽음은 서로 어떻게 연동되고 그것들로 인한 손실조차도 의미와 아름다움의 순간을 드러 낼 수 있는지 사람들이 알아차릴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러면서 소중한 사람을 잃은 고통과 상실감 속에서도 또 다른 삶의 뜻깊은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사랑, 시간, 죽음이지만, 어린 딸을 잃고 고통의 한가운데서 어쩔 줄 몰라하는 하워드에게 사랑, 시간, 죽음의 존재와 의미는 특히 감당하기 힘겨워 보인다. 영화 도입부에서 하워드가 5일 동안 쌓은 도미노를 무너뜨리는 장면은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하다. 딸과의 소중한 추억을 기억하며 언제까지나 견고하게 쌓아 올리고 싶은 절절한 마음이 엿보이고 동시에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리는 고통 속에서도 집착을 털어내려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어린 딸을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는 하워드는 사랑, 시간, 죽음에 분노하고 있지만, 그래도 하워드가 하나의 사랑을 잃으면서 실망하고 무기력한 삶 속에 빠져 있을 때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일어설 수 있도록 일깨워 준 것은 그의 곁에서 그 아픔에 공감하며 고통의 시간을 함께해 준 또 다른 사랑이었다. 자신이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에도 누군가가 늘 곁에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위로하고 응원한다는 것은 지친 삶을 지지하는 선물이고 기적처럼 다가오는 축복은 아닐까 싶다.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자주 잊히는 사랑, 시간, 죽음이 오늘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로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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