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스텔 Apr 13. 2016

국내파가 유학파만큼 영어하기까지2

나의 영어성장이야기 2편

1편에서 이어집니다.



스피킹을 위한 문법, 인지 문법


 영화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선 학창 시절에 문법을 공부했던 방법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스피킹에 적합한 문법을 찾기 시작했죠. 그때 우연히 이런 얘기를 듣게 되었어요. 문법에는 전통 문법인지 문법이 있다고요.


 전통 문법 학자들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 맞는지 틀린지를 중시하는 학파입니다. 문법을 총정리해놓고 너네 이렇게 써, 아니면 틀린 거야라는 입장을 취하는 학문이죠. 전통 문법은 시험을 내기에 굉장히 좋습니다. 맞고 틀리고 가 정해져 있으니까요.


 반면 인지 문법은 원어민들의 머릿속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규칙 체계(Mental Grammar)라고 합니다. 인지 문법에서는 맞고 틀리고 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뉘앙스를 표현하고 싶을 때 원어민들이 어떤 문법 패턴을 쓰는지, 뉘앙스와 감을 중시하는 문법입니다. 전통 문법보다는 훨씬 더 직관적이고 공감되고 재밌죠.^^



 한국어로 예를 들어볼게요. "먹었어"라는 단어가 있을 때 두 문법학자는 다른 입장을 취합니다.


전통 문법학자: 어근 '먹-'에 선어말어미 '-었'을 붙여서 시제로 따지면 과거형 동사이군.
인지 문법학자: 원어민들은 과거의 일을 말하고 싶을 때 '-었-'을 쓰는구나. 그런데 -었-을 붙일수록 더 예전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네? '먹었어' 보다 '먹었었어'가 더 예전 일을 말하는 뉘앙스야.


 어떤 관점이 공부하기에 더 쉽고 재미있을까요? 저는 그때부터 한국에서 나오는 전통 문법 스타일의 책이 아닌, 해외에서 나오는 문법책 중 지금은 많이 대중화된 Grammar in Use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원어민들도 학창 시절 문법을 배울 때 모두 인지 문법적으로 배운다는 거예요. 국제학교 어학원에서 미국 교과서로 가르치며 알게 되었죠. 동료 원어민 강사들에게 전통 문법 식으로 질문을 했을 때 알아듣는 분이 아무도 없었어요. 이거 계속적 용법이에요? 완료적 용법이에요? 이거 분사구문이에요? 이런 내용 말이죠.


 인지 문법 책으로 공부를 할 때마다 문법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었죠. 그때 공부하고 정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문법공부 목적보다는 좀 더 스피킹에 효과적 이도록 바꾼 게 제가 수업시간에 가르치는 스피킹을 위한 문법입니다. 그렇게 모든 부분을 공부하고 보니 어느 순간 어떤 영어문장을 갖다 놔도 독해나 번역이 아닌 뉘앙스를 정확히 알겠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한국어 읽듯이 내 심장까지 와 닿는 생생한 느낌! 그때부터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문장 하나를 외워도 정말 쉽게 이해되고 잘 외워졌습니다. 6~7개월 동안 그렇게 뉘앙스와 느낌을 파악해가며 영화 mp3에 담아 시간 날 때마다 소리를 들으며 따라 했는데 어느 순간 입이 저절로 트였었습니다.


 재밌는 일은 제가 친구 대타로 우연히 작은 보습학원의 영어강사가 되었다는 거예요. 많이 부족했는데도 그 일은 운명처럼 저에게 다가왔었습니다. 대학생 신분을 숨기고 정직원으로 일하기로 한 저는 학교 수업을 모두 오전으로 짜고 오후엔 학원으로 달려가 강의를 했었습니다. 원장님께 그 전에 무슨 교재로 수업했냐고 여쭤보니 <성문 기초 영문법>을 내미시더라고요. 저는 교실에 스크린을 설치해달라하고는 애니메이션 슈렉으로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문법이 아닌 뉘앙스 위주로 쉽게 설명해주었고, 소리 내서 따라 하게하고 역할극도 시키면서 공부했죠. 아이들이 저를 정말 사랑해줬었어요. 재미없는 책으로 공부하다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으로 공부하니 천국이 따로 없었겠죠. 말하고 가르치는 일은 저에게 물 만난 고기처럼 잘 맞는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저에게 천사 선생님이 왔다는 둥 감동적인 말도 많이 해주었고, 저는 그때부터 내가 어디 가서 이런 큰 사랑을 받으며 일하겠냐며 영어강사를 직업으로 삼기로 했죠.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직업을 바꾸지 않고 행복하게 일하다가 이젠 제 이름을 걸고 수업하고 있으니, 친구 대신 들어간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운명이었겠죠? ^^

       

 그즈음 강남역 주변에서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라는 영어학원의 무료초대권을 받게 되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서 테스트받았는데 해외에서 3년 이상 살다왔다는 결과가 나왔었습니다. 갑자기 겁 없는 자신감이 생겨버린 저는 어릴 때 꿈이었던 통역사에 도전하기로 하고 통역대학원 준비 학원에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발음만으로는 부족! 발성연습


 통역 공부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공부하던 생활영어와는 굉장히 달랐습니다. 뉴스와 시사 잡지로 공부하며 고급 어휘들을 이때 많이 공부하게 되었었죠. 이 시기에 굉장히 값진 경험을 했었는데 바로 발음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니다. 통역 수업 중에는 문장을 녹음해보는 게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 차례가 되어 마이크가 넘어왔고 열심히 영어 문장을 말하고 나서의 반응은 절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강사님이 하하하 미국인 같진 않았어요~ 하면서 발음에 대한 지적을 했었고 교실의 사람들이 웃었는데 왠지 모두가 크게 절 비웃는 것 같았고 얼굴이 빨개졌었죠. 그 전까지는 나름 발음이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날 녹음한 파일을 들어봤는데 정말 가관이더라고요.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영어 소리를 녹음한 음성파일로 객관적으로 들어봤던 거예요. 그 후 저는 발음에 파고들게 됩니다. 발음을 잡게 되면 여기서 더욱더 성장해서 유창하고 자유로운 스피킹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기도 했죠.   


 한 번 쓴맛을 보았기 때문에 그 후부터 녹음기에 계속 제 영어 소리를 녹음하며 연습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제 영어 소리가 듣기 싫고 녹음기를 던져버리고도 싶었지만 반드시 객관적인 내 영어 소리가 완벽할 때까지 해보자며 입으로 귀로 연습을 했습니다. 제가 배웠던 발음 기호를 모두 지키고 있었고, f나 v 발음처럼 구별해야 할 발음들도 모두 지켜 말하고 있었는데도 한국식 발음이 계속 묻어나 있더라고요. f발음을 지키기 이전의 훨씬 더 원초적인 무언가가... 소리의 질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고, 우연히 영어 호흡, 영어 발성은 다르다는 얘기를 듣게 되면서 책을 찾아보고 실험하면서 계속 원어민 소리와 제 소리를 비교하며 녹음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제가 알게 된 것은 단순히 자음 발음, 모음 발음으로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영어 소리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또 글을 쓸 텐데 발성/발음/악센트/음절 이렇게 4가지를 모두 통합적으로 연습해주어야 합니다. 발음만 가지고는 혹은 악센트만 가지고는 4분의 1밖에 연습이 안되기 때문에 분명 발음 지켜서 하고 있는데 내 발음을 왜 이럴까? 하는 의문이 들 수가 있죠.


 그리고 입으로 귀로 찾아낸 발음 규칙은 책에 적혀있지 않은 것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제가 발견한 것을 역으로 원어민 친구에게 너네 이렇게 발음하는 거 아냐?라고 물어보면 그런가? 어 진짜 그러네? 너 어떻게 알았어? 하는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일부러 한국식으로, 영어식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발음하고 녹음하고 들어보면서 아 이발음은 이럴 때 한국식으로 들리는구나, 이런 게 영어식이구나 하고 찾아낸 게 많죠. 그 결과 해외에서 살다 보니 발음이 좋아진 사람들보다는, 보통 한국 사람들의 발음 습관과 영어식 발음의 차이를 정확히 구분할 수가 있었고 가르치기가 훨씬 수월해졌답니다. 제가 블로그에 올렸던 한국식 발성 발음/영어식 발성 발음 비교 영상을 참고하시면 글보다는 훨씬 더 이해가 빠르실 거예요. ^^



 저는 제 수업에서 숙제로 반드시 문장을 녹음해서 카톡으로 보내게 합니다. 처음에는 무척 쑥스러워하던 학생분들도 이렇게라도 안하면 영어 스피킹 연습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허공에 대고 하는 것보다 강제성이 있으니 훨씬 좋죠.^^) 또 자꾸 내 소리를 들어보면서 변화되는 것을 느끼니까 나중엔 숙제를 더 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지난주에도 초급반 4개월째 되신 분의 숙제를 듣다가, 처음 오셨을 때의 한국식 발음과 너무 달라 다른 분 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니까요. 여쭤보니 본인도 발음이 정말 좋아진걸 느낀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다른분은 초급반 때 발음 고민으로 오신  분이였는데 지금 중급반에서 주변분들에게 발음 좋다는 얘기를 듣고있죠. 그럴 때는 강사인 저도 희열을 느껴요.^^ 여러분도 꼭 스피킹 연습, 발음 연습하실 때 녹음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내 손에 항상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 음성 녹음 기능은 다 있으니까요.




3편으로 이어집니다. ^^










★에스텔의 영어 브런치

https://brunch.co.kr/@estelle

★에스텔의 영어 블로그

네이버에서 "에스텔잉글리쉬"를 검색하세요!

★에스텔의 스피킹 클래스

https://cafe.naver.com/englishsecret

★에스텔의 카카오톡

ID : 에스텔잉글리쉬

★에스텔의 인스타그램

@estellenglish













매거진의 이전글 국내파가 유학파만큼 영어하기까지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